묵은 전분 겔(starch gel)에 속하는 식품으로 전분이 겔을 형성할 때 얻어지는 식품이기는 하지만 모든 전분 겔이 묵이 되지는 않는다. 즉 고구마, 감자, 쌀, 율무, 팥 등도 전분이 많은 식품이지만 묵이 되지 않는다. 묵이란 전분의 앙금을 물에 풀어 고아서 농축하여 식혀 겔화하여 썰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썰었을 때 제 모양을 유지해야 하는데 모든 전분이 다 가열하면 호화되고 식히면 굳기는 하지만 썰거나 그릇에 쏟아 놓으면 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면 묵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전분 입자는 어떤 식물에서 얻어졌는지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가열하여 쑤었을 때의 행동도 달라진다.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는 전분 속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함유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옥수수, 밀, 감자의 전분들은 아밀로오스 함량이 모두 21~24% 정도로 비슷한데도 풀을 쑤었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 그것은 감자전분의 아밀로오스의 길이는 옥수수전분 길이의 약 2배가량으로 아밀로오스 분자의 길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밀로오스의 길이가 너무 길면 묵의 겔 구조가 느슨하여 늘어지고 힘이 없어 허물어져서 묵이 될 수 없고 아밀로오스의 길이가 중간 정도의 것이 호화된 전분 입자와 입자 사이를 연결하여 입체적 망상구조를 형성하기에 알맞아서 묵의 겔 상태를 유지한다.
묵의 특성은 맛보다는 질감 즉 경도, 점도, 탄성 등에 있다. 이러한 특성은 전분의 종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구성 비율, 전분분자의 배열, 호화온도, 전분의 농도, 제조방법 등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중에서 전분의 농도는 묵의 질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데 전분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5~9%의 농도가 적당하다. 녹두묵의 경우 6~8%의 정도의 농도일 때 질감이 매우 부드럽다.
이 밖에 묵이 잘 만들어지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토리 전분의 호화 최적조건은 61~75℃ 범위고 녹두 전분의 팽윤력은 60도에서 증가하여 70도 부근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동부앙금의 물 결합능력은 30도에서 100% 정도이고 팽윤력은 70도보다는 80도에서 크게 증가한다.
또한 동부묵의 겔 형성은 급하게 온도를 올린 순간 가열 방법에서 온도가 90~95도 범위보다는 85도 범위에서 겔 형성도가 더욱 좋았다. 밤묵의 경우 벌레 먹은 밤도 묵의 겔 형성에 지장을 주지 않아 이용 가능하다는 연구 논문들이 있다.
묵을 만들려면 우선 모든 재료의 앙금을 얻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묵의 앙금 내는 법을 얘기해 볼까 한다. 첫 번째로 껍질을 벗긴 원료를 불린 후 물과 함께 마쇄하여 체에 걸러서 앙금을 가라앉힌다. 두 번째는 가라앉힌 웃물을 따라 버리는데 도토리는 떫은 탄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몇 번의 과정을 반복하여 물을 버린다.
세 번째는 앙금을 그대로 물과 함께 쑤면 제물묵이 되고, 앙금을 건조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묵을 쑬 때는 약한 불에서 뜸을 오랫동안 들여야 쫀득거리는 묵의 질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묵의 연구동향에서 밝힌 겔 형성의 최적온도가 대체로 70도 전후라고 밝힌 것에서 근거할 수 있다.
묵을 쑬 때는 묵 원료의 건조녹말과 물의 비율이 아주 중요하다. 그 비율은 다음과 같다. 녹말과 물의 비율이 청포묵(녹두)은 1대 6~8, 도토리묵은 1대 5.5~6, 칡묵은 1대 5~6, 메밀묵은 1대 5~6, 밤묵은 1대 4~6이고 제물묵의 경우는 묵전분의 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물에 가라앉은 앙금의 비율이 1이면 물은 2~3배 첨가하여야 한다.
신아가 참(眞) 자연음식연구소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