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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식물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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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사생활 - 김추인

보츠와나,

그곳에 가면 푸지게 잘 자라서 까마득히

하늘로 뿌리 뻗고 사는

바보 같은 나무가 있는데요

바오밥나무라는 그 이름

'거꾸로 선 나무'라는 뜻인데요

우듬지에 얼기설기 벋어 간 것이

속절없는 뿌린데요

가시도 뿔도 없어

날랜 다리도 없어

갑옷도 독도 없으니

배고픈 사막의 식구들로부터

제 연한 이파리와 열매를 지킬 방법은

착시 효과라네요

뿌리처럼 질기고 맛없어 보이기 위함이라네요

생각 없는 식물이라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싶은

내 위장술과도 별로 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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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인 자신과 세계의 닮은 모습을 알아차리고, 세계를 자신 속으로 끌어안는 느낌을 기록한 것입니다. 우리 시대가 나와 남의 차이를 강조하며 막막한 사막으로 나아갈 때, 시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거꾸로 선 나무'라는 바오밥나무는 착시 효과라는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순박한 존재입니다. 가지를 뿌리처럼 보이게 한다지요. 시인은 그런 나무에서 문득 립스틱 짙게 바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교활한 시대에 이토록 순박한 위장술이라니요!

박현수<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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