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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계 673,2km 종주길 개척…손경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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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계곡따라, 울진 고포∼울산 지경 2년 넘게 탐사

"경상북도 경계는 1천m 이상의 고봉만 28개나 될 만큼 험준하지만 명산이 많습니다. 경북도 경계를 따라 한발 한발 나아가 종주산행을 일군 게 제 생애 가장 큰 보람입니다."

소방관 출신인 대구의 산꾼 손경헌(63) 씨는 울진 고포~울산 지경의 673.2㎞에 이르는 도경계 산행길을 처음 연 주인공이다.

그는 도경계 산행을 2년 2개월에 걸쳐 2008년에 처음 종주를 한 데 이어 올해는 2년 4개월 만에 2차 종주를 마쳤다.

그는 도경계를 30여 구간으로 나눠 위치정보시스템(GPS) 장비 대신 5만분의 1 지형도와 맵미터기, 나침반만 들고 종주를 했다.

백두대간과 영남알프스가 만나는 도경계는 강과 하천, 계곡 20곳을 건너야 하고 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바닥까지 내리치는 구간이 많아 종주하기가 쉽지 않은 코스다.

"처음 길을 열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많은 등산객들이 제가 연 산길로 산행하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그는 전국 시도경계 중 가장 긴 도경계를 산행하기 전에 강과 산길, 계곡, 면 단위 경계지점 등에 대해 수개월간 철저하게 기초조사를 했다. 경북 북부와 서부 험준한 접경지의 겨울산행을 피하기 위해 2월 울진 고포에서 출발했다. 울진 응봉산~삿갓봉~봉화 면산~연화봉은 평균고도가 1천m로 산이 높고 깊어 접근하기조차 힘들었다. 도경계 종주 중 겨울은 문경 조령산과 성주 가야산에서 두 번 맞았다.

"문경 조령산 구간에서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눈 덮인 빙판 바위산을 오를 땐 정말 아찔했습니다. 여름에는 소백산 형제봉 구간에서 산행 중 폭우가 쏟아져 길이 끊기는 바람에 둘러가야 했습니다."

그는 도경계를 걷기 위해 구간마다 하산했다가 올라간 거리만도 80㎞를 넘는다고 했다. 또 도경계를 종주하면서 길이 헷갈리는 지점이나 주의를 요하는 곳에 리본 5천 개를 달았다.

"도경계를 걷다 보면 경계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모습이 특이했습니다. 한 동네가 도랑을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다른 마을도 여러 곳이나 됐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도경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라고 있다. 산행코스를 만들어 전국 등산객을 유치하고 경계지점에 얽힌 각종 이야기를 발굴하면 경북의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경계를 사이에 둔 다른 지방 주민들과 소통하는 화합행사를 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30여 년 동안 지리산만 300여 회 올랐고 오지 개척 산행도 100회가 넘을 만큼 산 마니아다. 그는 소방관 시절 210㎞에 이르는 대구시경계 산행도 처음 열어 4차례 종주했으며, 지금은 대구에 있는 산어귀산악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과 산은 많이 닮았습니다. 미지의 산을 개척하다 보면 앞을 가로막는 장애를 만나는데 이를 극복하며 나가듯 인생도 알 수 없는 앞길을 헤쳐 나가는 데 매력이 있습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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