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해에는 모든 반려동물이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편안하고 사람과 같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즈음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같이 야외나 하천 주변을 산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뱀에 물려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반려견이 뱀에 물리는 경우는 반려견의 성격 때문입니다. 반려견은 호기심이 많아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코를 들이밀고 물체를 확인하려는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그러나 뱀은 자기에게 위협적인 존재임을 감지하고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됩니다. 이때 반려견이 주로 물리는 부위는 얼굴입니다. 개는 손이 없어서 손으로 만지지 못해 얼굴을 내밀어 확인을 하려고 하다 보니 콧등이나 입술 부위가 가장 많이 물려 동물병원을 찾게 됩니다.
뱀의 독은 용혈독과 괴사독으로 구별됩니다. 맹독인 용혈독은 물린 지 30분 이내에 사망합니다.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보는 독사는 괴사독을 가진 뱀입니다.
괴사독은 피부나 근육에 부종을 동반하고 2차 감염을 유발해 피부를 썩게 만듭니다. 독사에 물린 경우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경과해 독이 몸에 퍼진 후에는 생명이 위험하거나 후유 장애를 낳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가을에 진도흑구가 윗입술이 뱀에 물려 내원을 했습니다. 보호자는 흑구가 마실 나갔다가 온 후 얼굴이 부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털을 깎은 후 관찰을 해보니 뱀 이빨 자국이 선명히 있고 부종이 심해 응급 해독약 처치와 중독에 대한 치료를 했습니다. 다음 날 흑구는 눈을 뜨지 못하고 부종이 목을 타고 내려와 견갑부까지 부어 올랐습니다. 진정을 시켜 주삿바늘로 피부를 여러 번 찔러서 삼출물 배액을 시켰습니다. 삼출물이 계속 흘러내려서 붕산을 바른 후 붕대를 감아 놓으니 부기가 가라앉아 퇴원을 했습니다.
뱀에 물렸을 경우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부종이 가라앉고 조직 괴사만 없으면 금방 회복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 내원하면 위험합니다. 발바리 혼합견종이 목이 부어서 싸워 물린 줄 알고 크게 염려하지 않고 그냥 넘겼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목이 부어서 숨을 쉬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털을 깎은 후 관찰하니 볼 밑에 뱀 이빨 자국이 있었으며 목에는 부종이 심해 기도를 압박해 호흡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방사선 촬영을 하니 기도가 압박돼 있어 응급 해독과 함께 중독에 대한 처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지나 기도 압박이 심해 호흡이 곤란해져 결국 사망했습니다.
반려견이 외출할 때는 뱀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또 풀숲이나 이상한 동물을 만나 짖을 때는 보호자가 빨리 현장에 가서 반려견을 구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기심 많은 반려견은 계속 뱀 가까이 접근해 물리게 됩니다.
뱀에 물렸을 때는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올 한 해, 모든 반려동물이 위험에 빠지지 말고 고통 없이 주인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합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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