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주댐에서 문경새재길 종주를 시작했다. 차로도 가보지 못한 새재길을 자전거를 타면서 가본다는 게 설레기도 하고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6월이라 그런지 조금은 더웠다. 그래서 아침 일찍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충주라는 도시는 참 깨끗했다. 강둑을 따라서 달리는 새재길은 시원하고도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강가에는 놀러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수안보로 가는 도중 강가에서 어린아이들이 부모님과 다슬기를 잡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서 나도 그 속으로 빠져들고픈 마음마저 생겼다. 한적한 촌길이라서 그런지 차는 많지 않았고 운전자들도 양보를 해주었다.
수안보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새재길과 이화령을 향해 달렸다. 말로만 듣던 새재길을 오를 때는 옛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을 상상해보곤 했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서도 이 고개를 넘는데, 옛날에는 걸어서 어떻게 한양까지 갔을까 하는 질문이 들기도 했다.
이화령을 넘을 때는 너무나 힘들어서 가다가 쉬고, 페달을 밟을 힘이 없을 땐 자전거를 끌고 넘어갔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시야에 들어왔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비록 힘은 들지만 이 고갯길을 차로 아닌 자전거를 타면서 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옛날 그대로의 산길은 아니지만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이고 행복인 것을….
새재를 지나 점촌 쪽으로 가기 전 점심으로 이 고장에서 유명한 순두부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식당 아주머니가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그런지 달리는 페달 질은 더 신났다. 점촌에는 옛날 탄광촌이 있어서 그런지 탄광 철도를 개조한 모노레일을 체험하러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강둑을 달리다 보니 철 이른 코스모스가 핀 곳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인가 움직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보니 자그마한 고라니 한 마리가 강둑 풀 속에서 뛰쳐나왔다. 너무나 반갑고 신기해 멍하니 한참을 바라다봤다. 아직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TV에서나 보았는데 산에서 사는 녀석이 어쩌다가 이곳까지 왔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말고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녀석을 본 후로는 피곤함이 싹 가셨다. 달리는 내내 고라니 녀석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살아있는 자연은 그렇게도 행복을 안겨준다. 저 멀리 시야에 '낙동강 칠백리'라고 쓰여진 큰 비석이 보였다. 상주에 도착했다. 역시 듣던대로 상주는 감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다시 대구로 향했다. 100㎞가 넘는 먼 길을 달려와서 그런지 몸은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얼마나 좋은 선물을 받아가는지 그저 감사했다. 그리고 내일의 여행을 위해 창가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나마 고라니 녀석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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