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캠우(캠핑친구)인 동생과 나는 지난해 여름 솔 향기 가득한 청송 중평으로 가족 캠핑을 갔다. 중평 솔밭으로 가는 국도에는 흙탕물이 쓸려 내려오고 있었다. 한바탕 큰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간 것이다. 대구가 36℃까지 올라가는 폭염이었고, 도착한 중평 솔밭 또한 더웠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두 가족의 2박3일간 살림살이를 세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흘린 땀만큼 텐트를 비롯해 사이트는 멋지게 차려졌다.
아이들은 벌써 넓은 솔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이 없었다. 사이트 구축을 무사히 마친 동생과 나는 편안한 릴렉스 캠핑 의자에 앉았다.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던 시원한 캔맥주를 마셨다. 솔밭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흘린 땀의 수고를 멋지게 보답해 주기에 충분했다.
행복감을 느끼고 즐기는 것도 잠시. 갑자기 천둥 같은 총소리가 들렸다. 모두 깜짝 놀랐다. 이게 뭘까? 당황한 우리는 가까운 산에서 사냥하는 소리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금 있으면 괜찮겠지 생각하며 맥주를 즐겼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총소리는 아주 규칙적인 사이클로 터지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 총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 보니 50m 정도 떨어진 사과 밭에서 새를 쫓고자 설치해 둔 총에서 나는 소리였다. 총은 정확히 20분마다 한 번씩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었다. 분명히 일주일 전 사전답사 때에는 나지 않던 소리가 나고 있었다. 밤새 계속 된다면 철수까지 생각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이 일을 어떡해야 하나.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오후 6시가 되니 총소리가 멈추었다. 다행이었다. 애들 엄마들의 매서운 눈빛도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2박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계속 터져대는 총소리는 견디기 어려웠다. 청송 사과농사의 풍년을 바라며 견딜 수밖에 없었다.
둘째 날, 아침부터 여지없이 울려대는 총소리를 피해 우리는 청송 유적지와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아침식사를 일찍 마치고 출발했다.
중평 솔밭을 나와 차로 2분 거리의 소슬마을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옥의 고택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대표적인 고택인 송소고택, 송정고택에 갔다. 송소고택이 큰집, 송정고택이 작은집으로 이 두 고택은 옆집으로 붙어 있다. 두 곳 모두 고택 체험과 숙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색(色) 중의 으뜸은 푸른색이며, 만(萬) 가지 나무 중의 으뜸은 소나무라, 이것이 푸를 청, 소나무 송…청송(靑松)." 고택 주인어른의 유쾌한 해설을 들었다. 송소고택을 지나 들어선 송정고택, 바람 잘 통하는 대청마루에 앉아 안주인께서 내어주신 살구청에 솔잎을 넣어 만든 시원한 차로 더위를 식혔다.
소슬마을을 나와 주산지, 얼음골을 거쳐 달기약수터에서 약수를 떠서 총소리가 멈추는 6시쯤 중평 솔밭에 도착했다. 떠온 약수로 밥을 지어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캠프파이어와 불꽃놀이, 아이들의 장기자랑 등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밤을 즐겼다.
다음 날 철수를 위해 동생과 나는 여지없이 땀으로 샤워를 했다. 새를 쫓기 위한 총소리도, 거세게 퍼붓는 소나기도, 비 오듯 쏟아지는 땀도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됐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또 캠핑을 가고자 짐을 싸고 있었다.
손근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