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을 사랑하는 이들은 글씨를 쓸 때 그 사각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 펜촉을 따라 흘러내린 잉크가 종이를 적시며 부드럽게 그려나가는 필기 감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잉크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에 손에 묻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만년필에는 아날로그적인 '맛'이 살아 있다. 그 특유의 '손맛'을 즐기는 이들을 통해 2013년에도 만년필은 여전히 이 세상에 건재한 것이다.
◆새 출발을 위한 최고의 선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기구를 선물할 때 선택하는 것은 볼펜보다는 만년필이다. '만년'(萬年)이라는 이름처럼 변함없이 한결같은 상태로 남아있어 영원히 간직될 선물이기 때문이다. 새 출발 시 행운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졸업 선물이나 취직 선물로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만년필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대통령도, TV드라마 속 대기업의 CEO들도 만년필로 서명하지, 볼펜을 들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 밀려 이제는 '손 글씨 쓰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만년필 등의 필기구는 '과거의 유물'로 치부해버리는 이들도 있지만, 만년필은 여전히 살아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세계 명품 만년필 회사들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만년필의 판매량은 2011년 동기 판매량의 두 배나 되고, 지난 2010년 동기 대비 4배 이상에 달한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예쁜 볼펜들이 쏟아지고, 다시는 사람들이 손 글씨를 잘 쓰지 않게 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했던 만년필 전문 브랜드 파카사는 지난 5년간 전 세계 시장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라미사 역시 2011년 매출이 2010년 대비 5%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G마켓은 인사 시즌을 맞아 최근 한 달간(12월 초~1월 초) 고급 펜과 만년필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만년동안 지속할 감성적 필기구
대백프라자 만년필 매장 오롬시스템즈 정기홍 직원은 "최근에는 40대 남성을 위한 선물용으로 만년필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여성에 비해 별다른 액세서리가 없는 비즈니스맨의 경우 만년필 하나로 스타일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년필은 감성을 자극하는 필기구다. 그냥 막 쓰면 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데도 많은 정성과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 만년필을 사용한다면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힘을 빼고 종이 위를 미끄러지듯이 쓰는 것이 방법이다. 정 씨는 "쓸 때는 펜촉의 각인이 있는 면을 위로 향하게 하여 볼펜보다 다소 눕히는 느낌으로 쓰면 된다"며 "펜촉을 종이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잉크가 나오므로 강한 필압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뚜껑을 닫아두는 것이다. 만년필 뚜껑은 회전시켜 분리하는 타입과 직접 당겨서 분리하는 타입이 있는데, 직접 당겨서 분리하는 타입의 뚜껑은 너무 힘을 주면 날아가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펜촉에 묻어 있는 잉크가 말라붙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만년필은 매일 사용하는 것이 유지에 있어 최고다. 만약 잉크가 나오는 것에 문제가 생겼을 때나 잉크의 색깔이 변할 때 당분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약간 미지근한 물에 펜촉을 담가 씻어 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잉크를 사용하는 게 너무 불편하지 않으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요즘은 사용하기 편리한 카트리지 방식도 꽤 많다. 간단히 끼워 주기만 하면 돼 잉크가 손에 묻는 불편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필기량이 많아 잉크를 다량 사용하는 경우에는 잉크병으로부터 흡입하는 흡입식이나 컨버터식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최고의 만년필은?
만년설이 덮여 있는 프랑스 몽블랑산의 여섯 개 봉우리를 상징하는 '화이트 스타'가 새겨진 필기구 몽블랑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급 만년필의 대명사다. 지금도 유력 인사들의 셔츠 주머니에 꼭 자리 잡고 있는 펜이 바로 몽블랑이다. 최근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은 인사 및 졸업, 입학 시즌을 맞아 '굿시리즈'를 통해 명품 만년필을 선보였다.
역시 고급 필기구 브랜드인 파카(PARKER)의 프리미어 스페셜 에디션인 프리미어 블랙 에디션(Premier Black Edition)과 프리미어 모노크롬 에디션(Premier Monochrome Edition)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009년 파카의 새로운 로고와 함께 처음 출시돼 파카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펜으로 기대를 받은 프리미어 컬렉션은 파카의 모던한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몸체와 캡, 그리고 펜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컬러로 통일해 브랜드 특유의 세련미를 강조했다.
워터맨 역시 익히 알려진 만년필 브랜드. 2011년에는 '엑스퍼트 뉴 제너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2012년에는 '엑스퍼트 프레셔스'를 선보이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제품 라인을 이어가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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