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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사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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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37세 때인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22개월간 이탈리아에 머무르며 각지를 여행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있던 그가 이탈리아로 향한 것은 소년 시절부터 가졌던 남국에 대한 동경심을 충족하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가라앉았던 예술가 정신을 되찾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18세기 유럽 사회에 유행처럼 번진 여행 붐도 한몫했다. 당시 유럽 여행가들과 귀족, 학자들은 세계를 일주하거나 세계 곳곳을 찾아 나섰고 여행기와 여행 안내서들을 앞다투어 냈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당연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로마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을 돌아보면서 고대 문명의 아름다움과 정신에 눈뜬 그는 예술적 영감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괴테가 삶의 전환기에 나섰던 이탈리아 여행과 체류는 그의 삶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미쳐 예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의 '이탈리아 여행기'는 재충전과 자아 성찰을 담은 기행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괴테처럼 유명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삶을 되돌아본다. 여행은 일상의 무거운 짐을 잠시 벗어버리고 관광지나 휴양지에서 즐거움을 찾거나 휴식하는 의미도 있지만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힘들게 걸어야 하는 올레 길이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하는 오지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부유층 출신으로 청년 시절 의사를 꿈꾸었으나 9개월간의 오토바이 무전여행을 통해 인간에 대한 연민이 싹터 전혀 다른 삶을 추구했다.

민주통합당이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대선 패배를 사과, 상실감이 큰 지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치유에 나서기로 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며 구상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여전한 상황에서 싸늘한 시선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진작 좀 잘하지 뒤늦게 사과해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는 빈축도 살 만하다.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외부를 향한 형식적 이벤트보다는 스스로 내부를 되돌아보는 성찰이라고 하겠다. '사과 여행'을 통해 민심을 잘 헤아리고 혁신을 이뤄내야 제대로 사과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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