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도소 옮기기 싫어" 부하 시켜 고소 자작극

조폭 등 13명 불구속 기소…재판 질질 끌다 만기 출소

2009년 마약사건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조직폭력배 A(45) 씨는 잔여 형기가 9개월 남은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교도소로 이감될 것으로 보이자 후배 B(43) 씨에게 자신을 상대로 무고를 하게 시켰다. A씨는 B씨의 허위 고소 덕분에 2010년 2월,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었고, 2010년 5월엔 B씨에게 합의서를 제출하게 해 약식명령보다 대폭 감형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형기가 2개월 정도 남자 항소 제기 등으로 재판 절차를 진행했고, 그러던 중 2010년 7월 형기 종료로 출소했다.

징역형 확정 후 자신의 연고지가 아닌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허위 고소(무고)를 하게 해 억지 재판을 하게 한 뒤 재판을 끄는 수법으로 교도소 잔여 형기를 줄인 조직폭력배 및 마약사범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사 배재덕)는 16일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용 중인 조직폭력배 및 마약사범이 외부인에게 자신을 무고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감을 피한 사건 7건을 적발해 '동구연합파' 행동대장 C(43) 씨를 비롯한 조직폭력배 5명 등 총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 미결수용 상태에 있던 이들은 자신에 대한 형 확정 후 남은 형기를 연고지가 아닌 곳으로 이감돼 수용될 것으로 보이자 '자기 무고'를 했는데, 이감 회피 목적 무고 사범이 무더기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소액 약식명령을 받을 정도의 피해금액으로 고소한 뒤 정식재판 청구, 항소 등 모든 불복절차를 동원, 재판을 끄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1년3개월까지 재판을 끈 경우도 있었다.

고소 내용은 대부분 수백만원 상당의 귀금속 매입 또는 차용금 사기이고, 고소 과정에서 허위 차용증 및 가짜 참고인까지 미리 만들어 두기도 했다.

대구지검 배재덕 부장검사는 "허위고소 공모 과정에서 피해금액이 500만원 이하여야 약속 기소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피해금액까지 결정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심지어 사기로 고소하면 수사기간이 길어지니 절도로 고소하라고 부탁했지만 절도로 고소되는 것을 끝까지 거부, 결국 사기로 고소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예규에는 '구치소 또는 교도소 수감자로서 재판 확정될 때 잔여 형기가 3개월 이상인 조직폭력배 또는 마약사범의 경우 관련 재판 계속 등 예외 사유가 없는 한 분류심사를 거쳐 비연고지 교도소로 이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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