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잘 때만 보일러 켰는데… 가슴 얼린 가스요금

올 한파 영향 사용량 급증…작년 6만원→16만원 껑충

주부 박모(56'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17일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어 도시가스요금을 확인했다가 허탈했다. 지난해 12월 도시가스요금이 16만5천원이나 나왔던 것. 추운 날이 잦아 각오는 했지만 10만원을 훌쩍 넘기긴 처음이다. 2011년 12월 10만원가량의 가스비로 한 차례 된서리를 맞았던 터라 가스비를 아껴보겠다고 나름 노력해왔다. 주택이라 방바닥이 후끈 달아올라도 외풍이 심해 집안에는 찬 공기가 가득했다. 비싼 가스비를 생각하면 보일러 온도를 무작정 높일 수는 없었다. 쓰지 않는 방은 보일러를 끄고 자는 시간에만 보일러를 틀었다. 내복은 기본이고 겨울 외투까지 껴입고 지냈다. 단열효과를 높여보겠다며 창문마다 문풍지와 방풍비닐을 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씨는 "여름에는 전기요금 폭탄, 겨울에는 가스요금 폭탄 걱정에 하루도 편하게 지내는 날이 없다"고 했다.

올겨울 보기 드문 한파로 채소값이 폭등하고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가스 등 난방비 부담으로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는 최저기온이 영하 9.9℃까지 떨어지는 등 맹추위를 보였다. 12월 평균기온도 영하 0.3도를 기록하면서 평년 평균기온인 2.9도보다 한참을 밑돌았다.

혹한으로 도시가스 사용량이 많게는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성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 도시가스 판매량은 1억1천725만1천㎥로 2011년 판매량(1억438만1천㎥)보다 12.3% 증가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6월 도시가스 요금이 4.7% 올라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도시가스를 주로 사용하는 원룸촌 주민들은 비싼 도시가스 비용을 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병민(26'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씻을 때와 자는 시간 타이머를 맞춰놓고 2시간 정도만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12월 가스비가 4만5천원이 나왔다"며 "용돈 30만원 중 난방비가 20%를 차지한다"고 했다.

동장군의 위력에 맞서기 위해 내복 열풍이 부는 등 서민들도 단단히 채비를 했지만 도시가스요금 폭탄은 피해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겨울 내복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2.8%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문풍지, 에어캡(뽁뽁이) 등 난방용품 판매량이 51.5% 증가했으며, 이 중 일부 인기 상품은 매출이 20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주부 나영인(33'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지난달 15일 이사를 와 저녁에 2, 3시간만 난방을 하고 내복을 껴입는 등 난방비 절약을 위해 애썼지만 두 사람만 사는 집에 가스비가 12만원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과 비슷한 실내온도를 유지해도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뚝 떨어져 보일러 가동시간이 늘어나 요금이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실내에서 옷을 두껍게 입고 외풍을 차단하는 단열용품을 사용하면 난방비용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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