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상 통화중·장시간 대기…' 돈내고 속터지는 ARS

필요없는 안내도 계속 들어야…주민번호 입력해야 연결 '찜찜'

박모(52'대구 달성군 다사읍) 씨는 최근 유선전화 계약을 해지하려고 KT사의 대표번호로 전화했지만 반복된 ARS 음성만 수차례 듣고 해지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응답 내용을 귀담아들으며 원하는 메뉴를 찾으려고 했지만 초기 메뉴로 돌아가기를 3, 4번 반복한 뒤에야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3분 정도 지나서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박 씨는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어떤 번호를 눌러야 할지 모를 때 상담원 연결은 마지막에 안내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음성안내를 들어야 할 때가 많다"며 "ARS가 기업들의 편의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통화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보험사, 카드사 등 기업들이 운영하는 ARS(자동응답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인터넷 TV업체 ARS에 연결을 시도했더니 가입신청 메뉴에서는 상담원이 바로 연결됐지만 해지 문의를 하자 3분 27초를 기다리라고 하는 등 서비스 종류에 따라 대기시간도 천차만별이었다. '빠른 상담'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는 점도 소비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ARS 메뉴 구성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메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음성 안내를 끝까지 듣게 된다. 또 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메뉴에 속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단계를 반복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계마다 상담원 연결 메뉴를 둘 것을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현대카드의 경우 대기시간을 줄이고자 ARS 구성을 개인, 법인, 사고신고류 3개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지만 비가입자가 서비스 문의를 위해 전화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상담원 연결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할 때 부과되는 통화요금에 대한 안내도 부실하다. 통신사 등 몇몇 기업은 무료 대표번호를 사용, 병용하고 있지만 기업 대부분은 통화료가 부과되는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십 초~수 분을 대기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통화료가 계속 나가게 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 분을 기다렸는데도 갑자기 전화가 뚝 끊어지거나 자동으로 전화를 되걸어주는 '콜백'서비스를 해주지 않을 때에도 기다리는 동안 통화요금은 부과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헛돈'을 날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모(39'여'대구 북구 검단동) 씨는 "기업 편의상 ARS를 운영하면서 통화료 부담을 이용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최소한 이용자가 원하는 메뉴에 연결되기 전까지는 통화료가 무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모(27'여'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어차피 다시 확인하면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모(28'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도 "겨우 연결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전화가 뚝 끊어지거나 초기 메뉴 안내가 나올 때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경북대 구동모 교수(경영학과)는 "다국적 기업인 3M사는 ARS 상담내용을 100% 기록해 R&D에 활용하는 등 소비자의 불만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ARS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고만 하지 말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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