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강 충돌' 총리실-감사원, 확전은 자제

총리실 "감사 결과 재검증" 감사원 "바람직하지 않아"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두고 총리실과 감사원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23일 국무총리실 주도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재검증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감사원이 발끈하고 나서면서다. 정부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놓고 재검증 방침을 밝힌 것은 전례가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인 4대강 사업을 두고 감사원이 '부실'로 몰고 가는 데 대해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고, 감사원은 감사의 독립성이라는 기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서로 '퇴로'가 없는 싸움"이라고 해석했다.

▶총리실 중심으로 철저한 재검증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수자원과 토목 전문가 관련 학회가 중심이 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주요 검증 대상으로 ▷4대강 보(洑)의 안전 문제 ▷수질 개선 실태 ▷홍수 예방과 물 확보의 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꼽았다. 그는 "충실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의 이날 발언은 4대강 사업의 부실을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가 비(非) 전문성의 문제가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서 "4대강의 보는 안전하고 수질은 개선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심각한 하자가 없다"며 "지난해 기록적인 홍수와 가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지역에는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이를 벤치마킹하는 나라도 늘어 우리나라가 12조원 규모의 태국 물관리 사업 수주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활동 시기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히 검증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겠다"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 필요한 절차를 시작하겠지만 검증 결과와 필요한 조치는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끈하는 감사원

감사원은 정부의 재감사 방침에 발끈하고 나섰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정부가 재검증하는 것은 감사 독립성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양건 감사원장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총리실이 발표한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으나, 만약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그 조사를 받는다, 조사 대상이다, 이런 내용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감사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의가 있으면 정해진 절차 따라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 원장은 이후 추가 답변을 통해 "감사원이 총리실과 통화한 결과에 따르면 오늘 검증 발표는 감사원 감사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4대강 사업 전반 자체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며 "총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조금 낮췄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총리실과 감사원이 일단 확전을 자제하고 있어 정면 충돌 사태로 파장이 커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놓고 정부기관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양쪽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도 이날 청와대와의 확전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4대강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도 감사원 결과 보고서에는 전혀 없는 표현이고 내용적으로도 맞지 않는 표현"이라며, "총체적 부실이라거나 별문제가 아니라거나 둘 다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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