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덕네거리 공사장에 쳐박힌 '2·28 기념탑 표지석'

도시철도 3호선 공사현장 흙더미·중장비 사이에 방치

2·28 대구학생민주의거 기념탑터 표지석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1월 3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명덕네거리에 세워진 표지석이 도시철도 3호선 공사 장비와 흙더미 등에 둘러싸인 채 방치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28 대구학생민주의거 기념탑터 표지석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1월 3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명덕네거리에 세워진 표지석이 도시철도 3호선 공사 장비와 흙더미 등에 둘러싸인 채 방치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월 31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 남구 대명동 명덕네거리. 공사 자재와 흙더미가 쌓여 있었다. 이 중 한 교통섬에 쌓아놓은 흙더미 옆에 '2'28 대구학생민주의거 기념탑터 표지석'이 뽑혀 있었다. 표지석은 흙먼지가 쌓여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표지석 주변에는 흙더미뿐만 아니라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도 같이 놓여 있었다. 자칫 중장비 작업 도중 표지석이 파손될 우려도 있었다.

2'28 대구학생민주의거 기념탑터 표지석이 도시철도 3호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흙더미와 공사자재 사이에서 방치되고 있다.

흙더미 속에 있다 보니 표지석의 존재 여부 또한 이 부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이나 상인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

명덕네거리 주변의 한 상인은 "명덕네거리에 그런 표지석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주변이 다 공사장이라 언제 그런 게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을 지나던 김철희(36'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흙더미 옆에 비석 같은 게 있어서 무엇인지 호기심이 든 적은 있었는데 굳이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대구의 역사적인 자리를 기념하는 비석인데 이렇게 방치해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도시철도 3호선 공사를 할 때 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잘 보관하겠다고 해 놓고 방치해 놓고 있다"며 "공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은 "만약 공사 도중 표지석이 파손됐을 경우 도시철도건설본부나 도시철도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표지석이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공사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의 한 관계자는 "표지석이 공사 도중 파손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표지석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사현장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놓겠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키워드

2'28 대구학생민주의거 기념탑=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구 2'28 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1961년 4월 10일 대구 남구 대명동 명덕로터리(현 명덕네거리)에 대구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1990년 명덕로터리가 네거리로 바뀌면서 기념탑은 두류공원으로 옮겨져 세워졌으며 2004년 사단법인 2'28 대구민주운동기념사업회가 이 자리에 기념탑이 있었음을 기리기 위해 기념탑터 표지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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