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시각 장애인들 "우리도 그 누구를 도울 수 있다"

지난 연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는 대광맹인불자회 소속 동아리 소리모 회장이며, 이웃돕기성금을 중구청에 맡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성금은 25명의 소리모('소리로 느끼는 문화모임'의 준말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장애인 문화단체) 회원들이 각자의 저금통에 1년간을 모은 돈인데 금액이 많지 않아 미안하다며 성금 접수를 꼭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그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작은 행복을 가지고 싶다'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4명의 시각장애인 중 조금은 앞을 볼 수 있는 장애인이 선두에서 나머지 3명과 손에 손을 끈처럼 이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눈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되어 소통하고 의지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보는,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눈의 그 반이라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우린 또 얼마나 더 행복할까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이국진(대구 중구청 희망복지담당 )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