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동안 어디 가세요?"
설을 열흘 앞둔 요즘 동네 이웃 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예전에는 "고향 언제 가세요?"가 일반적인 인사였다. 시대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명절문화도 변하고 있다. 실용주의와 개인주의시대인 요즘 여유 있는 휴식을 하는 신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휴가형 명절 즐기기
설 연휴를 보내는 방식도 소득 수준과 직장에 따라 양극화가 뚜렷하다. 매년 설이 되면 고향을 찾아가는 귀향객이 늘어나 철도와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설 명절을 쇠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전 같지 않다. 3, 4일 정도의 연휴 기간에 스키장, 온천에서 즐기거나 가족단위로 외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평소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설을 전후로 한 휴가기간이 바로 '황금연휴'다. 공무원과 일반 회사원들은 설 연휴가 3일이지만, 연휴기간이 화요일부터 시작되거나 목요일에 끝나게 되면 일부 직장에선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끼워 휴무를 연장하기도 한다.
구미산업단지 대기업 회사원인 이재훈(4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이번 설에는 가족끼리 평소 가보고 싶었던 외국으로 여행을 갔다 올 계획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 큰맘 먹고 다녀올 계획"이라며 "매년 설엔 고향 나들이를 했지만 올해는 여행을 다녀와서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기로 했다"고 한다.
대구 뉴월드관광 배병모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명절 연휴에 제주도는 물론 외국 여행을 다녀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은 명절 때마다 동남아,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많아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한다.
◆휴양지에서 '공동 차례' 지내기
'설날 차례를 콘도에서 지냈다'는 이야기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명절에 '고향은 못 가더라도 휴가지에서 차례를 지내고 연휴 기간에 푸근하게 휴식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휴양지에서는 다채로운 가족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리조트는 몇 년 전부터 '구정 힐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휴양을 하면서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설날 당일 오전에 정갈하게 차례상을 준비하고, 격식 있게 '공동 차례'를 진행한다. 방문 고객은 누구나 무료로 차례에 참석할 수 있어 가족단위로 '휴식'과 '조상 섬김'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이다.
휴양지에서 명절 보내기 현상은 생활방식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설날 풍속을 지키기보다 '즐거움'과 '휴식'을 추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귀향길은 고생길'이라고 몇 시간이 걸려 파김치가 돼 고향에 왔지만 설날 아침에 차례와 세배를 한 후 TV를 보거나 화투놀이 정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의 설 모습이다.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설 풍속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일부 가정에서는 '이럴 바에야 부모님 모시고 가족이 어디 재미있는 곳으로 가서 황금연휴를 즐기자"고 의기투합한다. 요즘은 열린 사고를 가진 부모님이 많아 자녀들이 방침을 정하면 함께 따라나서는 경우도 많다. 물론 설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족들은 1년 전부터 '설 여행' 계획을 추진하기도 한다. 설 연휴를 지낸 후 직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모여 새로운 설 문화를 즐겼다'는 이야기는 동료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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