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른 키 높이 지하철 환기구…민원 쌓여간다

대구 지하철 2호선 신매역 1번출구 주변 환기구 외벽이 불투명 유리로 설치돼 주차장 진입 차량과 보행자간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지하철 2호선 신매역 1번출구 주변 환기구 외벽이 불투명 유리로 설치돼 주차장 진입 차량과 보행자간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매호동 도시철도 2호선 신매역. 1번 출입구로 나오자 어른 키 높이의 기다란 도시철도 환기구 두 개가 보도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었다. 직장인 이은주(39'여'수성구 시지동) 씨는 최근 두 환기구 사이를 지나다 아찔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량진입로를 지나 왼쪽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순간,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부딪친 것. 이 씨는 "차량진입로 바로 옆에 설치된 도시철도 환기구가 좌측 시야를 가려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에 설치된 도시철도 환기구 규격은 가로 8.5m, 세로 2m, 높이 1.5m. 높고 긴 환기구에 가려 보행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기구 바로 옆에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어 자전거가 질주할 경우 진입하는 자동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주민 김태균(58) 씨는 "얼마 전 차량진입로 앞을 장난치며 지나가던 학생들과 부딪칠 뻔했다"며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 학원가인데도 차량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야 확보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불평했다.

도시철도 환기구가 도심 미관을 해치고, 보행권을 침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구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전체 434개 환기구 중 83.4%가 높이 1.5m의 탑형 환기구(362개)로, 차량진입로에 위치한 탑형 환기구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까지 초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탑형 환기구 같은 거대 시설물이 차량진입로 주변에 서 있으면 주변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기구가 상점 입구와 간판을 가린다는 주변 상인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에는 "높은 환기구가 상점 입구와 간판을 모두 가려 매출이 떨어지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환기구를 철거하거나 높이를 낮춰달라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공사는 환기구 전체를 석재로 지은 도시철도 1호선과 달리 2호선은 건설 당시 도심 미관을 해치거나 교통안전이 우려되는 곳에 한해 환기구 상단을 투명 아크릴로 마감했다. 또 지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마라톤 구간에 위치한 도시철도 환기구도 투명 아크릴로 교체해 도심 미관을 살렸다.

대구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모든 지역의 투명 아크릴 교체는 어렵다"며 "주민들이 원할 경우 자비로 바꿀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기능과 미관, 안전까지 동시에 살리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건축학부 김영대 교수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인식되는 공공시설물에도 최상은 아니지만 최적의 디자인은 있다"며 "환기구의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간결하고 투명하게 만들면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시 경관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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