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7역, 1인 8역이 가능할까?'
답은 '그렇다'다. 공연장에 1인 다역 시대가 활짝 열렸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는 1인 22역이라는 초대박 멀티맨(배우 심정완)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다면 대구 동성로에서 현재 공연 중인 '수상한 흥신소'(극단 돼지)에서 1인 10역을 만날 수 있다.
지역 공연판의 멀티남'멀티녀들은 놀라운 변신을 무대 위에서 선사하고 있다. 마치 최근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에필로그(Epilogue)에서 주연 배우인 톰 행크스'할 베리'배두나가 1인 다역의 놀라운 변신을 한 것처럼.
멀티역 배우를 보는 관객들은 시쳇말로 '깜놀'(깜짝 놀라다의 줄임말)이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전혀 다른 의상과 분장에 확 바뀐 캐릭터로 다시 등장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치를 선사하는지 놀랍기만 하다. 약방으로 치면 약효를 증대시키는 감초다.
'멀티남'멀티녀'가 대세가 된 공연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면, 주된 이유는 '출연료'다. 배우 1명이 대여섯 명의 역할을 소화하다 보니 주연급 배우에 더해 멀티 배우 두서너 명만 투입하면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출연료 부담을 덜어주니, 효자임이 틀림없다. 더불어 연기력까지 보장되니, 멀티 배우들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 연극판에서 '멀티남'멀티녀'로 활약하며, 극단과 관객에게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을 만났다.
#1. 멀티맨의 전설, 배우 류강국
지역에서 28년차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류강국(53) 씨는 '멀티맨'의 원조격. 그를 빼고, 멀티맨을 논하기 힘들다. 2009년 뮤지컬 '1224'에서 1인 3역(의사'사장'항공기 사무장)으로 활약했으며, 2010년 뮤지컬 '미용명가'에서는 1인 7역을 거뜬하게 소화해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모노연극 '커튼콜'을 통해 1인 10역도 선보였다.
그는 "최근 소극장 공연에서는 멀티맨이 극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며 "잘만 하면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보다 극적 상승효과가 크며, 관객의 입장에서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류 씨는 "멀티맨이 어설픈 연기로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면 극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멀티맨은 전체 극 속에 녹아내리면서 웃음과 재치, 눈물을 선사해야 한다"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 미용명가의 최강 멀티남'멀티녀
15일 5차 앙코르 공연에 돌입하는 창작 뮤지컬 '미용명가'는 멀티남과 멀티녀가 동시에 등장해, 각각 1인 7역을 보여준다. 멀티남은 요리사'이발사'문중남'사무라이'미용협회장'미용실 직원 보조남'미용실 손님을, 멀티녀는 통장'상기의 어머니'문중녀' 헤어모델'미용실 직원 보조녀'상궁'술집 아가씨를 맡게 된다.
배우 14년차의 멀티남 안건우(40) 씨는 "멀티역은 매회 공연 때마다 관객과 새로운 느낌으로 만난다"며 "재치와 순발력,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멀티역의 여배우는 무대 뒤에 작은 분장실이 있지만 멀티남은 여배우들이 보는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3년차 배우 멀티녀 박혜숙(25) 씨는 "까불고 망가지는 역할을 하다, 갑자기 진지한 엄마 역할을 할 때는 감정변화가 쉽지 않다"며 "순간순간 확 변할 때, 관객들은 빵 터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 멀티녀 역할을 소화하면서, "자신 속의 다양한 모습을 재창조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3. 극단 돼지의 멀티남'멀티녀
극단 돼지가 선보이고 있는 두 편의 연극 '수상한 흥신소'(아트플러스 씨어터 2관)와 '어린 신부'(아트플러스 씨어터 1관)에서도 멀티남, 멀티녀가 등장해 톡톡 튀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태프 쪽 일을 계속하다 3년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이창건(30) 씨는 '수상한 흥신소'에서 1인 10역(건달'귀신'다양한 귀신들)을 맡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연극 속 이 씨의 멀티역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다. 혼자서 극 중에 8가지 종류의 다른 귀신으로 등장하다 보니, '아이고! 저 배우는 죽을 맛이겠다'는 말이 객석에서 터져 나온다. 잘못하면 의상'가발'소품 등도 뒤바뀌기 일쑤다.
백석예술대 뮤지컬과를 졸업한 배우 이희경(22) 씨는 '어린 신부'에서 1인 7역(엄마'여주인공의 여자친구'피자가게 직원'아나운서'가수'기자'성우)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극 '웨딩 브레이크'에서도 1인 8역을 소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씨는 "멀티 역할을 바쁘게 빨리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웃음을 선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멀티녀 전문 배우로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줬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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