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308㎡ 규모의 대형 커피전문점. 이달부터 면적 150㎡ 이상 규모의 음식점 외부에 가격을 표시하는 옥외가격표시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이 커피전문점 바깥에서 가격이나 메뉴가 적힌 안내판을 찾을 수 없었다. 가격표지판이 붙은 곳은 상점 안 계산대가 유일했다. 기자가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됐는데 표지판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종업원 정모(25'여) 씨는 "옥외가격표시제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과 업소 간 건전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됐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겉돌고 있다. 옥외가격표시제 시행을 모르는 업주가 대다수였고,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없는 곳에 가격표지판을 붙인 곳도 많았다.
옥외가격표시제에 따라 소비자 이용 빈도가 높은 음식점(150㎡ 이상)과 이'미용업소(66㎡ 이상)는 주요 출입구 등에 최종 지불가격과 주요 서비스 품목 5개(이발소는 3가지) 이상을 표기한 옥외광고물을 게시해야 한다.
대구 지역의 경우 이달 1일 현재 892개 이'미용업소와 3천971개 음식점이 해당되는데 상점 바깥에 가격표지판을 붙이지 않은 음식점은 시정명령을 거쳐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다. 이'미용업소는 1차 개정명령 이후에는 적발될 때마다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즉각 시행에 들어간 이'미용업소와 달리 음식점은 오는 4월까지 홍보 및 계도 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충분한 홍보 및 계도 기간 없이 성급히 시행한 탓에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해 모르는 해당 업소가 많은 것은 물론 단속원도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표준디자인 권고안이 나온 것은 제도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둔 1월 29일이었다.
모호한 규정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업소도 적지 않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가격표지판의 정해진 규격은 없으며 게시 위치도 명확하지 않다. 엘리베이터나 주 출입문 벽면, 창문 등 상점 바깥 손님이 볼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 모호한 규정을 악용해 일부 업소에서는 출입문 귀퉁이와 같은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A4 용지보다 작은 크기로 가격표지판을 붙이고 있다. 2층에서 영업하는 업소의 경우 계단으로 출입구까지 올라가야만 가격표지판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동종 업소 간에도 가격을 표시할 메뉴가 정해지지 않아 소비자가 가격 비교를 하기 어려웠다. 옥외가격표시제 규정에 따르면 표지판에는 주요 서비스 품목을 게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만 하더라도 서비스 메뉴는 20여 가지이나 표시해야 할 메뉴는 최소 5가지이다. 이지혜(25'여'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상점마다 표시된 메뉴가 각양각색이라 가격을 비교하고 업소를 택하는 것은 어렵다"며 "차라리 특정 서비스 품목을 정하거나 모든 가격을 표시하게 하면 가격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남은 계도기간 동안 홍보에 적극 나서겠으며 계도기간이 끝나도 신규 영업자와 기존 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위생교육 시간을 통해 홍보를 계속 하겠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업소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도이니 만큼 해당 업소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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