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키우는 긴장을 이제 내려놓고 싶어요. 갤러리 대표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볼까 해요."
30여 년간 영희유치원을 운영해온 영희유치원 박영희 원장이 16일 퇴임식을 갖고 유치원 문을 닫는다. 지금까지 8천여 명의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15일 마지막 졸업식을 가진 박 원장은 아이들을 돌보는 칼날 같은 긴장감에서 이제야 벗어났다.
영희유치원은 대구의 대표 유치원 가운데 하나다. 영희유치원은 감성과 인성을 강조한 우직한 교육철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요즘 '조기교육'만을 강조하는 교육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중요한 것은 '조기 교육'이 아니라 '적기 교육'이라는 것. 그동안 인기 있는 영어유치원으로 바꾸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유아교육학자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유아기라는 2, 3년 짧은 기간이 평생을 좌우해요. 그런데 지금은 인성 교육 대신 지식 교육만이 무분별하게 성행하고 있어요."
그는 대신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보여주고 경험하고 느끼도록 하는 교육에 집중했다. 12년 전에는 전국 유치원 최초로 팔공산에 2천300여㎡(700여 평) 규모로 아이들 캠프장을 만들기도 했다. 자연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꾸준히 감성교육을 강조해왔다.
"어릴 때 엄마 무릎 위에 앉아서 듣는 무릎 교육이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정부 지원은 거꾸로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몰고 있어 안타깝죠. 유아기 때 키워진 감성과 인성이 평생을 가는 건데, 지금 부모들은 정형화된 지식 교육만을 원하고 있어요."
그는 '처음부터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교육 상황을 지켜보면 국가의 미래마저 걱정스럽다. 교육 철학을 지키고, 가슴이 따뜻한 아이들을 키워냈다는 것이 그의 평생 자부심이다. '8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어디선가 가슴 따뜻한 추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박 원장은 유아교육자로서 인생 1막을 마치고, 이제 인생 2막을 열 계획이다. 3월에 유치원 지하에 '갤러리 희'를 열고 갤러리 대표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
"젊은 시절부터 워낙 그림에 관심이 많았어요. 젊은 작가들이 누구든 공간이 필요하면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고 싶어요."
그는 지난해 건물 리모델링을 마치고 갤러리와 아트숍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작은 연주회도 열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제2의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 제빵과 바리스타 과정도 배웠다.
"이제 빵도 굽고 커피를 볶으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생각입니다. 먹는 문화와 보는 문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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