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대구 수성구 범어1동)
그때, 어머니는
내가 기다리던 편지였다
경비가 삼엄한 고층 아파트
휘어진 척추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도망자처럼 숨죽여 전단지를 붙이던 여자
굳게 닫힌 내일 같은 남의 집 대문에
스카치테이프 같은 접착력으로
간당간당 버텨온 일생이었지만
땀에 젖은 그 헐떡임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나는 매일 사각의 방에 누워
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느라
텅 빈 우편함이 되어갔다
새벽에 신문이 되어 나간 어머니는
낮에는 화장품으로 지상의 골목들을 헤매느라
저녁이면 하얗게 질린 우유가 되어야 했을 것인데
그땐 몰랐다
어떤 부재는 실재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여백이야말로 나를 키운 문장이었다는 것을
신문 속 빼곡한 활자의 우주를 뚫고
우유 속 희부연 젖줄을 따라
화장품 속 싸구려 향기에 실려 어머니는
매일 내게 당도한 안 보이는 편지였다는 것을
고지서와 독촉장만이 편지로 읽히는 시대
내 안에서 빛바랜 한 통의 어머니를 꺼내 읽으면
이제는 병색 짙은 기침 소리만 구절마다 가득한데
바라건대, 저 난필의 편지를 오독하지 않기를
수취인이 아니라며 반송하지 않기를
끝까지 다 읽어낼 인내심이 있기를
비뚤비뚤, 내 마음의 어둠 위에
받아쓰는 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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