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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백일장] 수필-대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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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백(대구 수성구 범어3동)

달마다 보름달이 뜨지만 정월 대보름달이 나는 좋다. 사람마다 한 해의 소원을 비는 날로 대보름달이 무척 크고 둥글어서 영험스럽게 느껴진다.

대보름달이 토함산(吐含山)에 떠오르면 많은 사람이 먼저 보려고 나와 기다리고 있다. 동해남부선 부산 쪽 철길 밑에는 벌써 악동들이 깡통에 구멍을 뚫어 불을 피우고 돌리면서 쥐불놀이를 한다. 어린 우리는 앞산 꼭대기에 올라 솔가지를 모으고, 불 피울 준비를 하느라 이마에 땀을 흘린다. 북쪽 산꼭대기에서 벌써 성질 급한 사람들이 불을 피워서 연기가 하늘을 향해 모락모락 오르고, 서쪽에서도 이미 '달 떴다' '달 봤다'는 함성이 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보름달이 마침내 토함산 중허리에 발그레 떠오른다. 산꼭대기마다 달집 태우는 연기가 한꺼번에 오른다. 대보름달이 완연히 떠오르자 확실히 밝다. 둥글고 환한 미소를 가지고 우리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다.

너무 환한 대보름 달빛을 그냥 보내지 못하여 농악패들이 온 동네 집집이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그 소리가 한층 가깝게 들린다. 온 동네가 시끌벅적한 경주시 시래동(時來洞) 내 고향 정월 대보름 풍경이다.

계사년 정월 대보름날 대구 회색빛 아파트 사이로도 둥글고 크고 환한 희망의 달이 떴다. 그달은 미소를 함빡 머금어서 마치 그 옛날 경주 불국사 고향 시래동의 정월 대보름달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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