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나만의 색으로 삶을 디자인하라 -색에 대한 단상②

나는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접해야 자신만의 색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이다.(중략) 여행을 통해 다양한 색과 디자인, 문화를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나 자신을 보고, 나만의 나, 특별한 나를 만들어야 한다. 혹시 그로서 나중에 금전적으로 고생하게 될까 봐, 취업 시기를 놓치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면, 이 말을 명심하라. 하늘은 스스로 '버리는' 자를 돕는다. 세상과 '맞서는' 자를 돕는다.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중에서)

윤효간을 알고 지낸 것은 제법 오래되었다. 2006년이니 벌써 8년이 넘었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도 8년이나 소통한 것은 오직 블로그라는 인터넷 공간의 덕이다. 전문직으로 들어오고는 블로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 요즘 윤효간의 근황을 몰랐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그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윤효간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던 '비교'라는 걸 하면서 그의 삶처럼 살고 있지 못하는 현재의 내가 보였다. '하늘은 스스로 버리는 자를 돕는다'는 그의 목소리가 마음으로 다가왔지만,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고 쓸쓸했다.

윤효간은 자신만의 색이 있다. 행복이 가장 위대한 성공이라면 그의 성공 이유는 자신만의 색을 오래 고집한 데 있다. 모두가 같은 색을 강요하는 지금 교육의 풍토로는 결코 걸어갈 수 없는 길이다. 그에게는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불행했던 시간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재능과 꿈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살아가는 윤효간은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윤효간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을 창조하고 그것을 나누어준다. 윤효간은 자신만의 색을 지닌 피아노(음악)와 이빨(이야기)을 나누면서도 결코 그 색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분명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한다. 윤효간이되 윤효간이 아닌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모두가 피아니스트 윤효간이 될 수는 없다.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모두가 인간 윤효간처럼 행복할 수는 있다.

우리가 윤효간을 통해 배워야 할 철학은 바로 거기에 있다. 윤효간의 성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윤효간의 마음을 배워야 한다. 윤효간이 살아온 삶의 길을 그대로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길고 지난한 길을 걸어온 그의 자유로운 마음과 만나야 한다.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 어느 때보다 용이해지고 빨라진 지금, 오히려 교육이 지닌 진정한 풍경은 크게 변질되었다. 어딘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그 길을 찾아서 걷는다. 하지만, 성공한 스토리를 그대로 쫓아가면 실패할 가능성은 이미 100%이다. 그곳을 향한 수많은 경쟁이 시작되었고 그 길은 이미 많은 사람이 걷고 있기 때문이다. 윤효간과 같은 사람에게 배워야 할 점은 길을 처음 시작할 때 아무도 그 길을 걷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갔다는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까지 자신만의 색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윤효간다움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색을 지키는 사람은 위대하다. 하지만, 더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색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유연한 사람이다. 자신의 색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모두가 자신의 색을 지니고 살아가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져야 할 마음이 바로 그 유연함이다. 이미 만들어진 색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만의 색을 만들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그것을 격려해야 한다. 나아가 서로 다른 색이 만나 또 다른 색을 창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교육은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철학으로 성숙한다. 우리가 윤효간을 읽으면서 진실로 배워야 할 마음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