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이라는 말이 있다. '현명한 사람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달걀을 수북이 담은 바구니가 수레에서 굴러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토빈세로 유명한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의 포트폴리오 이론도 이에 기초하고 있다. 나쁜 상황에 대비해 위험을 최대한 분산하고 회피하는 다양화 전략은 단지 투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의주로 몽진했다.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은 함경도와 강원도로 피란 보냈고 세자인 광해군은 항전과 민심 수습을 위해 도성에 남게 했다. 대통을 이을 왕실이 한꺼번에 화를 당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는 대통령과 부통령,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동시에 탑승하지 못한다. 긴급사태 시 통수권 이양을 고려한 규정 때문이다.
20일 KBS'MBC 등 방송사와 금융기관들이 해킹돼 동시에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3만 2천 대의 서버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파괴됐다. 이번 사이버 테러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중삼중의 보안에도 관리자만 뚫리면 한꺼번에 다 뚫리는 획일화된 인터넷 환경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 보안 관제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해커가 백신 엔진 업데이트를 통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기법이 동원됐다는 진단이다.
컴퓨터 사용자 90% 이상이 윈도우를 쓰고 똑같은 백신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호환성 문제로 똑같은 운영체제와 백신을 쓰다 한꺼번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번 해킹에 맥'리눅스를 쓰는 컴퓨터는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생물학에서 유전적 다양성은 중요한 개념이다.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생물 종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유전적 다양성이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결여된 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할 수밖에 없음을 생물학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이버 테러는 이런 다양성의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획일화된 사이버 환경일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위험도는 높아진다. 주식 투자에서 흔히 인용되는 격언이 있다. '남들이 모두 서쪽으로 달릴 때 동쪽으로 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