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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트로이 전쟁 후 로마 건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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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베르길리우스(B.C 70-19년)는 로마 공화국과 로마제국 시대를 경험한 위대한 서사 시인이다. 그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의 저서 '아이네이스'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모방한 흔적이 나타난다. 그 예로서 저승 방문, 장례를 위한 운동경기, 무구 제작 이야기 등을 들 수 있다.

기원전 146년 로마 공화국은 카르타고와 그리스를 비롯한 주변의 여러 나라를 정복했지만, 문화와 문명에서 그리스에 대한 열등의식이 있었다. 부유한 로마 시민들은 아들을 그리스로 유학을 보내거나, 그리스 출신 교사들을 채용하여 교육했다.

키케로를 비롯한 로마의 지식인들은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크게 개탄했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시민과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자존심을 위해 탁월한 건국 신화를 구상했다.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이네아스 장군에 주목했다. 아이네아스로 하여금 이탈리아를 건설하는 신화를 만들면, 로마의 건국 연대가 이전보다 최소 4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고 생각했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아스가 험난한 에게해를 건너 로마를 건국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트로이 아성이 파멸되는 과정과 아이네아스의 탈출을 훌륭하게 묘사했다. 아이네아스는 유노 여신의 방해를 받지만, 천신만고 끝에 카르타고에 도착한다. 하지만 디도 여왕의 정열적인 사랑에 속수무책이 된다. 아이네아스를 붙잡아두려는 시도는 오디세우스에게 영생을 약속하며 붙잡는 요정 칼립소를 연상시킨다.

로마의 건국을 위해 몰래 출항한 아이네아스에 대해 디도 여왕은 저주하며 자살한다. 이 저주는 저승에서 그녀의 혼백을 만났을 때도 그대로 유지된다. 라티움에 도착한 아이네아스 일행은 강력한 저항을 받지만, 아이네아스의 탁월한 인품, 뛰어난 전략과 지도력 때문에 많은 원군을 얻게 된다. 아이네아스는 후계자가 없는 라티움을 접수하여 로마를 건설했다. 신을 중요시하는 나라답게 건국을 위해 웁피테르와 베누스 여신의 지원이 강조되고 있다.

'아이네이스'에 담긴 사상과 예술성은 단테를 비롯한 후세의 많은 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좌표를 삼아 '신곡'을 저술했다. 후세의 문학도들은 작시와 비평에서 여러모로 베르길리우스에 빚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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