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뜰폰 파는 백화점, 명품 파는 대형마트

유통 영역파괴 바람

백화점과 대형마트간 판매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백화점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기본 사양의 알뜰폰을 판매하고, 대형마트는 고가 해외수입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판매하는 알뜰폰.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백화점과 대형마트간 판매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백화점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기본 사양의 알뜰폰을 판매하고, 대형마트는 고가 해외수입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판매하는 알뜰폰.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백화점과 대형마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명품화장품이 대형마트에 등장하고, 백화점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유통하고 있던 알뜰폰 판매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판매하는 알뜰폰은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프리피아 세컨드폰'으로 가격은 8만4천900원이다.

백화점이 이 같이 기본 기능만 갖춘 전자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백화점 가전매장은 주로 고사양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가전제품은 같은 모델이라도 추가 기능이나 세부적인 디자인 등으로 가격대가 다른 유통업체 가전제품보다 비싼 것이 일반적인데 알뜰폰 판매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백화점이 기본 기능만 갖춘 알뜰폰을 선보이게 된 것은 고객들의 구매의사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모바일매장 이용고객 중 500명을 대상으로 '알뜰폰 구매의사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구매하고 싶은 이유로는 '세컨드(2nd)폰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39%로 가장 높게 응답했다. 2위(26%)는 '통신비가 저렴해서', 3위(19%)는 '효도폰이나 키즈폰으로 선물하기 위해'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증진을 위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며 "알뜰폰의 경우도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보니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는 해외 수입화장품이 등장했다. 백화점만을 고집하던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소비부진으로 대형마트까지 진출한 것.

대구 서구 비산동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에는 현재 일본화장품 SK-II의 일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인식되는 SK-II는 국내 화장품 시장 침체로 백화점을 벗어나 대형마트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트레이더스에는 SK-II 제품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와 '스템파워크림' 등이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과 비교해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백화점 판매가가 19만9천원인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는 20% 저렴한 15만2천880원에, 17만9천원인 스템파워크림인 15% 할인된 15만2천88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브랜드 가방도 등장했다. 프라다, 펜디, 버버리, 에트로 등의 브랜드 30여종의 상품을 최저 50만원에서 220만원에 판매하고 시계는 세이코, 알마니, 마크제이콥스 등의 상품 40여종을 10만원에서 15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억대의 캐럿 다이아와 진주도 대형마트에 선보여 새 소비계층을 창출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고가 해외브랜드와 보석판매를 통한 역발상은 매출 기여로도 이어져 지난해 3월 명품과 귀금속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정도 신장세를 보여 백화점 명품 매장의 매출 감소와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레이더스 비산점 이형달 점장은 "저렴한 상품만을 취급한다고 여겨지던 대형마트에 고가의 명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쉽게 명품을 접하고 새로운 소비계층을 발굴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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