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교문 박차고 나온 민주주의 횃불"

홍종흠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고문

홍종흠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고문

우리나라가 2차대전 후 신생국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는 자부심은 대구의 2'28민주운동으로부터 싹튼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 그때는 우리가 비록 일제강점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군과 소련 점령 하의 좌우대립, 남북분단과 6'25전쟁 등으로 나라는 폐허가 되었고 집권 자유당은 부패와 독재로 국민들은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승만 정권은 그 해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와 국민에 대한 억압으로 집권연장을 획책하면서 학생들마저 야당유세장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2월 28일이 일요일임에도 등교를 강행했다. 어른들은 독재자의 억압에 질려 침묵했고 학원은 자유당정권의 정치도구가 되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경북고, 대구고, 경북여고 등 대구의 고교생들이 자유당의 횡포에 맞서 교문을 박차고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학원에 자유를 달라"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아" 구호를 외치며 반월당에서 매일신문사(당시)로, 경상북도도청(현 경상감영공원)으로, 자유당 경북도당사로, 대구시청으로, 경북지사관사로 돌면서 자유당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했다. 어린 학생들이 경찰에 쫓기며 곤봉에 맞고 쓰러질 때 시민들은 학생들을 숨겨주며 울분 속에 치를 떨었다. 시민들의 성원을 받으며 학생들은 구타와 연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당 독재의 심장을 향해 불의를 처절하게 고발했던 것이다.

이날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가 3'15마산의거, 4'19서울시위로 유혈사태를 빚었고 4월 26일에는 마침내 자유당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다. 건국 이후 최초로 대구의 민주운동이 민권'민주혁명의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전문은 4'19혁명정신을 계승한다고 기록했고 민주화기념사업법에는 2'28민주운동이 한국 민주역사의 맨 앞자리에 자리매김함으로써 그 위상은 건국정신의 뿌리로 청사에 우뚝하게 전해지고 있다.

1960년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한국의 민주혁명은 터키, 유럽 등지로 파급되어 세계적으로도 민주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 뒤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는 민권의식을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세계에 유례가 없는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내는 초석이 되었다.

2'28민주운동의 특징은 지방에서 시작해서 수도권에서 완결시킨 전무후무한 정치혁명으로 지방민의 긍지를 드높였다. 특히 대구시민의 민주의식이 전국민의 가슴에 정의의 횃불을 붙인 것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지역민의 의리와 진보의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유당 정권이 붕괴된 뒤 매일신문은 지역민의 뜻을 모아 자랑스러운 2'28민주운동을 기념하는 탑을 명덕네거리에 세웠고(현재는 두류공원으로 이건), 문희갑 초대민선 대구시장은 대구 도심에 대구시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2'28민주운동기념공원을 조성했다. 올해는 정부와 대구시가 함께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을 건립해 대구가 우리나라 민주운동의 출발지임을 널리 알리고 후세에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각종사업을 하는 거점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