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착한 기부, 대구의 진정한 파워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한 건물에 입주한 전체 자영업자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착한 건물'(롯데아카데미)이 탄생한 이래, 이번에는 한 골목에서 같은 업종으로 영업을 하는 식당 모두가 매월 일정액을 기부키로 하는 '착한 골목'(동인동 찜갈비 골목)이 생겨났다.

앞으로 착한 시장, 착한 편의점, 착한 나들가게, 착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착한 커피숍 등으로 무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희망적이다. 대구 시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착한 기부' 운동은 수년째 계속된 불경기로 본인들도 어려운데 자신들보다 더 힘든 사회적 약자들을 떠올리고, 그들을 위한 따뜻한 손 내밀기라는 점에서 대구 사회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잘 대변한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착한 기부' 운동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화 이후 대구는 사회복지에 관한 한 전국에서 가장 앞선 움직임을 보였던 곳이었다. 그렇지만, 근년 들어 예산'인력'정보의 중앙 집중화 경향이 심해지고, 사회복지의 공적 개입이 강해지면서 인적, 물적 자원 개발 열기는 다소 시들해지고 있었다.

대구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공동모금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기금 배분을 뛰어넘어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개인 기부자들을 적극 발굴해 보자는 창조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그 일환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착한 기부' 운동이고, 직장을 대상으로 한 '한사랑 나눔 캠페인', 가족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나눔 천사' 운동이다.

직장인이 급여 1%를 내는 한사랑 나눔 캠페인에는 한국 OSG, 대구은행, SSLM, 화성산업 4곳이 소리소문 없이 동참하고 있고, 개인이 참여하는 나눔 천사 캠페인에는 무려 2만 2천615명이 지금까지 25억 6천800만 원을 기부했다. 그 외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사람도 대구에서 9명이나 탄생했다.

이제 대구는 기부 문화를 중심으로 21세기형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따뜻한 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영남 사림의 후예들로서 사리사욕보다는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대구 사람들의 내면적 성숙함이 기부 문화를 통해 따뜻한 온정을 꽃피우고 있다. 땀 흘려 벌어서 이웃을 위해 내놓는 대구 시민들의 '착한 기부'와 나눔 정신이 행복 바이러스를 싣고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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