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종차별주의자 빌리 레이 콥과 피트 윌러드는 미시시피 시골에서 토냐라는 10세 흑인 소녀와 마주친다. 이들은 토냐를 강간하고 폭행한 후 강물에 던져버린다. 토냐는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범인들은 체포된다. 토냐의 아빠인 칼은 백인 변호사 제이크에게 자문을 하지만,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던 백인 청소년들이 무죄 방면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칼은 총을 구해 법원에 가서 범인 두 명을 직접 사살하고 순순히 체포된다.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칼은 제이크 역시 다른 백인들과 다를 바 없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으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를 변호사로 택했다고 말한다. 칼은 제이크가 보기에 무죄 평결이 나올 만한 변호라면 배심원들도 같은 평결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제이크는 배심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최후 변론으로 무죄 평결을 받아낸다.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났으나 사법적인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을 때, 과연 개인이 직접 나서서 응징할 수 있는가? 직접 복수에 나선 칼은 그럴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봤다. 그가 총을 들고 나선 이유는 두 번째 문제점 때문이다. 누구나 편견은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각각의 편견을 가진 배심원단의 판단을 절대적인 정의로 봐도 될 것인가? 인종차별과 개인적인 복수가 큰 틀을 이루는 영화지만, 애당초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냈던 사법 시스템의 한계와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결말이야말로 그 어떤 장면보다 강한 쓴맛을 남긴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원작을 영화화한 만큼 법정 공방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사건을 난타하는 언론의 관심과 해프닝을 매끄럽게 연출한 감독 조엘 슈마허의 노련함 덕분에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늘어지는 느낌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영화다. 러닝타임 149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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