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급식, 이의 있습니다] <하> 식사 질 향상, 어떻게 풀 것인가

①區마다 급식지원센터 설치, 좋은 식재료 일괄 공급케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영양사와 조리사 등이 납품된 급식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영양사와 조리사 등이 납품된 급식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①區마다 급식지원센터 설치, 좋은 식재료 일괄 공급케

학교 무상급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무교육인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원칙으로 하되 순차적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대구는 현재 무상급식 비율이 37.2%에 그치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도 좋지만 급식비에서 인건비와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 도입 전 단계로 학생들이 낸 급식비에서 식품비의 비율을 더 높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또 제한적 최저가 공개입찰제 도입 이후 제기되는 공급 업체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서라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②배식 지원에 노인 일자리사업 활용

◆교육청:인건비와 운영비 지원해야

학교 급식과 관련한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교육청이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구 시내 초'중'고에 근무하는 조리 종사원은 3월 현재 2천365명. 월 130만원을 기준으로 월 30억7천45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교육청이 지원하는 인원은 682명에 월 8억8천660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초'중'고 학생들에게 받는 급식비 중 20억원이 넘는 돈이 인건비로 들어가는 것이다.

교육청이 조리 종사원의 인건비를 100% 지원하면 이 돈이 학생들의 식품비로 전용돼 급식의 질이 크게 좋아지거나 해마다 인상되는 급식비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또 급식 배식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구시나 기초단체가 공공근로나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급식 배식원 파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시는 3년 전부터 각 자치구의 시니어클럽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각 초등학교에 배식원 파견제를 도입했고, 올해는 150여 초교에 1천300여 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대구시 전체 초교 218개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고, 더욱이 예산 부족으로 중'고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비용으로 606억원, 친환경급식 학교 22억5천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 한해 전면 무상급식을 하려면 연 1천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무상급식을 주장하기보다는 연간 2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학생들이 낸 급식비의 대부분을 밥값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낸 급식비만큼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김지용(48'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씨는 "급식비를 내는 만큼의 점심을 먹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인건비와 운영비가 급식비에 빠져나가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대구시내 한 고교의 영양사(42)는 "인건비와 운영비만 식품비에 사용할 수 있으면 급식의 질이 훨씬 더 높아지고, 학생들도 영양 공급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무상급식 이슈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급식비를 내는 학생들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 재원만 허락한다면 모두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 결국은 전면 무상급식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③학교법인도 '비용 부담' 동참해야

◆설립자와 경영자:인건비와 운영비 일부 부담해야

학교급식법에는 학교 급식과 관련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해당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보호자가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설립자와 경영자는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대구 시내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급식과 관련해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이 학교급식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급식법의 취지에 맞게 설립자와 경영자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고, 교육청은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교 측에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와 교육청도 당연히 이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급식지원센터 도입, 진지하게 고민해야

제한적 최저가 공개입찰제도 도입 이후 우려되는 식재료의 품질 하락을 막기 위해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2006년 수도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학교 급식 위생사고 발생 이후 학교급식법에 법적으로 명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학교급식법에는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이 우수한 식재료 공급 등 학교 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대신 구입해서 각 학교에 공급하는 체계이다.

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급식업체도 물품 유통업으로 업종을 전환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경북 포항, 안동, 영주, 김천에서는 운영 중이고, 의성과 구미는 설치를 준비 중이다.

대구시는 법적 규제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예산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로서는 부담이 된다는 것.

더욱이 학교급식법상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기초단체 차원에서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있는 것도 시가 나서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대구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위해 손을 잡고 대구시를 압박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질 높은 식재료 공급과 지역 농산물 활용 등 학교급식지원센터가 갖는 여러 장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달성군에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달성군의 경우 지역 쌀을 학교 급식에 제공하고 있어 이를 확대하면 학교급식지원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달성군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식재료의 질을 높이고, 대규모로 구입하는 덕분에 단가가 싸고, 각 학교에 한꺼번에 일괄 공급할 수 있다. 또 지역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농가와 학교가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김병혁 사무국장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데도 대구시가 외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성태 대구시의원은 "대구시가 나서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면 학생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 주도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한 뒤 급식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시가 져야 할 책임 등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에 기초단체 차원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광역시는 설치를 할 수가 없다. 다만 자치구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면 예산 지원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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