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공원 호랑이 부부(호비'수컷 8년생, 나리'암컷 8년생)가 셋째'넷째를 동시에 잃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동물원 이전을 앞두고 대구에 큰 경사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대구 태생 새끼 호랑이 두 마리가 지난달 초 안타깝게 숨졌다. 한 마리는 사산된 채 나왔으며, 또 한 마리는 생명이 붙어 있었지만 수의사와 사육계 직원들의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지 3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달성공원에 큰 축복을 안겨줄 호랑이 가족의 출산이 오히려 큰 슬픔으로 남게 된 것.
호랑이 부부의 슬픔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나리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쇠기둥을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다. 새끼 두 마리가 사산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호비'와 '나리' 부부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처럼 한 달 넘게 각방을 쓰고 있다. 동물원 측이 두 마리 새끼를 잃어버리고, 유산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나리'가 종족 번식을 위해 무리하게 짝짓기에 나설 수 있어 수컷 '호비'와 강제로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다.
2007년 말 용인 에버랜드에서 들여온 달성공원의 이 벵갈호랑이(멸종위기종) 한 쌍은 2010년 5월 첫째 '달순이', 2012년 4월 둘째 '달구'를 출산했다. 저출산 시대에 종족 번식을 위해 올해에는 셋째'넷째를 한꺼번에 낳으려 했지만, 새끼 둘 다 세상 빛을 보기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암컷 '나리'는 당초 3월 중순쯤 출산예정이었지만, 3월 초 갑자기 고통을 느끼며 조기분만을 시작했다. 이에 놀란 달성공원 관계자들은 급하게 출산을 준비했지만, 끝내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살려내지 못했다.
이 비극적인 광경을 달성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고스란히 목격했다. 이장호(75'대구시 서구 비산동) 씨는 "포유류 사육장에 갑자기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며 "새끼 두 마리를 잃은 후 울부짖는 엄마 호랑이의 모습이 애절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런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대구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그런 일(새끼 호랑이 두 마리가 죽은 것)은 공원관리사무소 사육계가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한 시민은 "새끼 호랑이가 죽은 것은 불가항력이라고 해도 멸종보호동물인 만큼 알고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달성공원 서상섭 사육담당은 "또다시 유산을 한다면 어미의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며 "두세 달 경과 후 수의사와 상의해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되면 합방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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