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오너가 구속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횡령이나 배임 등에 엄격한 법적 기준을 들이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과거와 같으면 이러한 행위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또 대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풀어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나만 살겠다고 특정 집단과 개인의 이익 달성에만 몰두하는 행위를 놔두지 않겠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위법행위인지 아니면 경영상의 판단 실패인지 모호해 별다른 처분 없이 넘어갔던 관행들이 사회의 검증과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족에 의해 운영된 대기업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대형 비리가 많이 숨겨져 있다는 게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이었다. 따라서 선진국이라면 주식시장의 감시 기능으로 인해 걸러져야 할 경영자의 비리가 우리 사회에서는 그대로 방임되면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결국 기업 오너는 자금 압박을 받게 되면 분식회계 및 허위 서류 등을 통해 불법으로 대출하고 자금을 유출하는 행위를 자행했다. 또한 세밀한 기획과 조사도 없이 오너 한 사람의 의지와 말 한마디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는 곧 부실 투자로 이어져 그룹의 자금난과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업 비리를 근절하고 윤리적인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에 진입하려 한다.
앞으로 기업인은 비공개 및 비윤리적으로 내부자 거래, 불공정 담합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살려도 사법처리된다는 게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부터 경영자는 항상 윤리의식을 갖고 성실하고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국 윤리적인 기업이 사회의 지지를 받고 성과도 좋게 된다. 우선 기업이 윤리적일수록 운영이 투명해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게 되며 따라서 성취감을 느끼고 직무 몰입도도 높아진다. 당연히 우수한 경영 성과로 이어진다. 기업 총수가 비리로 형사재판을 받는다면, 그리고 자긍심을 갖게 하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주변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면 구성원들의 심리는 크게 위축된다.
다음으로 윤리적인 기업이란 이미지는 고객에게는 믿음을 주는 중요한 무형재산이 되고 있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가 폭로된다면 그동안 구축했던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며 고객이 대량 이탈하게 된다. 한 번 금이 간 고객과의 관계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 또한 윤리적인 기업은 지역사회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비용이 수반되지만 지역사회의 지지와 이미지 향상으로 생기는 이익은 이 비용을 상쇄하고도 크게 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윤리적인 기업이 성공하는 풍토가 형성될 것인가. 무엇보다 경영자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자의 윤리의식은 크게 개인적 측면, 조직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 윤리의식은 경영자의 도덕적 가치와 판단을 말한다. 이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 형성된다. 조직적 윤리의식은 기업윤리에 대한 경영자의 관심과 역할 등이다. 경제적 윤리의식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등이다. 사회적 윤리의식은 기업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의식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경영자 윤리의식의 문제점을 보면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의 윤리의식은 강조하지만 조직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의 윤리의식에 대한 요구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와는 정반대이다. 선진국은 조직의 윤리와 경제적 윤리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 이는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덕과 가치 판단보다는 조직을 통한 윤리 경영 및 경영자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윤리적인 기업이 성공하도록 현재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개인과 가족에 의해 지배되어 폐쇄적인 기업 구조에서 탈피해 시장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규정을 개정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기적인 행위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창도/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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