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신참 교사가 일부의 우려를 딛고 학교생활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1급 시작장애를 딛고 대구 최초로 2013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 지난달부터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우호(39)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경북여고에 부임한 지 갓 한 달을 넘긴 이 교사는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감동을 맛봤다. "입학식 때 전교생 앞에서 소개를 받았는데 그때 학생들이 보내준 열광적인 환호성은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1학년 교과를 맡는다고 했을 때 박수를 보낸 1학년들과 달리 2, 3학년들이 아쉬워하는 소리를 듣고 감격했어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평범한 젊은이였던 이 교사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24살 때. 망막 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재활훈련을 받으러 들어간 특수학교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교사의 열정적 가르침에 감동, 영어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4번의 실패를 딛고 얻은 결실이었다.
이 교사는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를 타고 출근한 뒤 음성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맡은 수업은 주당 12시간. 방과 후 보충수업 4시간을 포함하면 1주일에 16시간 수업을 이끈다. 다른 교사와 함께 영자 신문 동아리도 지도한다.
장애가 다소 불편한 것은 사실. 하지만 주위의 따뜻한 배려가 그에게 힘이 되어 준다. 교재와 교구 정리, 칠판 지우기, 이동 등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학생들이 각 학급에 7, 8명씩 되는 데다 교무를 지원하는 업무 보조원이 이 교사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다른 교사들도 동료애를 발휘, 수업 시간 이 교사가 들어간 교실에 틈틈이 들러 불편함이 없는지 살핀다.
이 교사는 학생, 동료 교사의 도움으로 힘든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도 굳이 어려운 점을 꼽자면 조는 학생을 깨우는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나른해지잖아요. 5교시에 자는 학생들이 있어도 제 혼자 힘으론 깨우기 어렵죠. 도우미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저 대신 나서 깨워줍니다. 업무 보조원 선생님도 도와주시고요."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던 이 교사는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라며 말을 맺었다. 또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 뒤 제 눈을 고쳐주겠다는 학생,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동등하게 보라는 제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의 예쁜 마음이 제겐 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더 많은 것을 배운 뒤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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