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변서 보는 육지의 '노란색 봄'

경남 창녕 유채꽃 나들이

# 60만㎡ 국내 최대 유채꽃 단지

# 꽃밭 사이 오솔길·오두막 장관

# 밀양 꽃새미마을도 봄 향기 솔솔

변덕이 죽 끓는 듯하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기온이 떨어지고 비까지 내린다. 롤러코스터 같은 봄 날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성질 급한 봄꽃과 달리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주춤거리며 눈치를 살피던 소심한(?) 봄꽃들도 결국 숨겨둔 얼굴을 내밀었다. 분홍색 봄이 아니다. 노란색이다. 꽃비를 날리며 세상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던 벚꽃은 어느새 가버리고 노란 유채꽃이 대신하고 있다.

◆지천에 널린 유채꽃

봄에도 색깔이 있다. 벚꽃, 진달래 등이 만들어내는 분홍색 봄이 있는가 하면 유채꽃이 만들어내는 노란색 봄도 있다. 유채꽃은 지천으로 널려 있던 벚꽃에 비해 귀한(?) 편이다. 그렇다고 제주도에서만 실컷 볼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대구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인 경남 창녕군 남지에 전국 최대 유채꽃 단지가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여를 가다 남지IC에서 내리면 노란색 세상이 펼쳐진다.

낙동강을 따라 유채꽃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바람결을 따라 유채향이 살짝 감돈다. 분 냄새 같기도 하고 보리 냄새 같기도 하다. 꽃향기에 이끌려 자연스레 유채꽃밭으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면적이 60만㎡(18만여 평)로 국내 최대 규모. 방문객이 많아도 복잡하다는 느낌이 없고 여유롭다. 가만히 보니 중간중간에 길이 나 있다. 유채꽃밭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다. 오솔길을 느긋하게 걷다 보니 노란색 꽃밭에 풍덩 빠지고 싶다. 마침 나비들이 꽃밭 위를 날아다니며 유혹한다.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꽃밭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금세 튀어나왔다. 유채꽃 사이 사이로 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다시 용기를 냈다. 다행히 벌들도 꽃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이방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금 피곤하다 싶을 정도로 걸으니 대형 원두막이 나타난다. 꽃밭 사이에 대형 원두막이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낙동강을 따라 산책로도 쭉 이어져 있다. 한편으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다른 편으로는 유채꽃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걷다 보니 골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낙동강변에 특이한 주상절리가 눈길을 끈다. 용화산의 깎아지른 절벽이 이웃한 파란색 남지철교와 빨간색 새 남지교와 함께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했다.

◆'허브나라'에서 힐링

노란색을 실컷 봤더니 빨간색, 파란색도 그리워진다. 밀양에 있는 '참샘허브나라'로 향했다. 창녕을 벗어나 밀양으로 접어들자 차장 너머로 상쾌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마음속 가득 여유로움이 채워진다. 다만, 포장 공사가 덜 끝난 도로가 있어 불편하다. 꼬불꼬불 이어진 산속 길을 따라 얼마쯤 갔을까. 동화나라처럼 예쁘게 꾸며진 조그마한 마을이 나타났다.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에 있는 '꽃새미마을'이다. 꽃새미란 연중 꽃이 샘솟듯 피어나는 동네이길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동네 이름. 마을 입구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자 허브나라가 나타났다. 커다란 바위와 돌장승,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이 마중을 나와 있다.

입장료가 5천원. 살짝 부담스럽다. 그러나 야생화가든, 기찻길, 허브가든, 108돌탑길, 참샘쉼터, 원두막 등 길을 따라 수 놓인 꽃들을 감상하다 보니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산속에 만들어진 허브나라. 그래서인지 제법 한기가 느껴진다. 다행히 허브온실 안은 따뜻하다. 이곳에는 센티드 제라늄, 말로우, 로즈마리, 타임, 부캔 베리라 등 수백 종의 허브가 저마다 고유의 향기를 품고 있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철거덕 철거덕 물길을 끌어 돌게 만든 작은 물레방아도 쉼 없이 돌아간다. 향기로운 허브차 향과 물레방아 소리. 눈과 귀, 그리고 입이 즐겁다.

야생화와 허브가 흐드러진 작은 언덕엔 30m 길이의 레일바이크도 설치돼 있다. 레일바이크 옆 정자에 오르자 종남산 자락을 따라 형성된 꽃새미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에는 더욱 화려해진다. 나무마다 설치된 수많은 LED(발광다이오드)가 불빛쇼를 벌인다. 낮에는 힐링, 밤에는 사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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