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비록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꽃피는 춘사월이 되면 한 번쯤은 등산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에 쉽게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팔공산(1,193m)과 같이 인구 250만 명의 대도시 주변에 1,000m가 넘는 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한다. 팔공산은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설악산, 지리산 등 국내 유명 산지와는 달리 산세도 험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이다.
하루에도 5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팔공산을 찾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산을 오르고, 어떤 사람은 팔공산 곳곳에 산재한 사찰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찾기도 한다.
또 팔공산에는 동식물자원을 비롯해 역사'문화자원이 많은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동물자원으로는 조류가 24점 114개체, 포유류가 14종 등 환경부 지정 보호동물인 까치살모사와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식물자원으로는 총 118과 464속 858종의 다양한 남'북방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역사'문화자원은 국보 2점(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군위 삼존석굴), 국가지정보물 13점(대구 9, 경북 4), 지방문화재 17점(대구 16, 경북 1), 사찰 32개(대구 14, 경북 18) 등이 있는 소중한 곳이다.
이런 팔공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자연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더 훼손되기 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 전문적으로 보호하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팔공산을 관리하고 있는 인원은 43명(대구 30, 경북 13)으로, 1년 예산이 고작 51억원(대구 30, 경북 21)밖에 되지 않는다. 무등산의 경우를 보면, 도립공원일 때는 인원 50여 명(비정규직 포함)에 1년 예산이 23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자 정규직원만 48명, 무기계약직은 78명이나 채용했으며, 사업비만 128억원, 1년 예산이 14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비춰보면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인원과 예산이 무등산 국립공원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지정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말로만 승격을 외치면서도, 행동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광주의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대구경북 100여 시민단체들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시도민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100만인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서명을 마치면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 제출해서 시도민들의 열의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줄 것이다.
이제는 시도민들의 관심과 협조에 달려 있다. 시도민의 협조 여하에 따라 기간을 단축할 수가 있다. 다시 한 번 더 시도민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무등산은 1972년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40년 만인 2012년 12월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도립공원 면적은 30㎢이었으나, 주변의 지역을 편입해 국립공원 면적은 75㎢로 2.5배로 확대됐다. 사유지 비율이 75%나 되고, 신규 편입지역도 9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사유재산권 침해, 이중규제 우려 등 주민과 토지소유주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광주'전남의 시'도민들의 노력으로 이뤄냈다.
팔공산은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면적은 126㎢(경북 91, 대구 35)로 무등산보다 1.7배 더 넓어 주변의 지역을 편입할 필요도 없다. 사유지 비율은 무등산과 비슷한 78%(경북 52, 대구 26)로 무등산처럼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탐방객은 1년에 무등산이 750여만 명인데, 팔공산은 1천900여만 명으로 2.5배가 더 많다.
이처럼 팔공산은 무등산에 비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여건도 더 잘 갖추어져 있고, 활용 가치도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는 시도민들이 합심해 '국립공원'이라는 '보배'를 한번 꿰어보자.
허태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시도민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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