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장자(莊子) 이야기(2)

운명대로 따르는 것, 최고의 덕

장자는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을 계승해, 도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라고 했다. 즉 시공간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보면, 시비'선악'미추 같은 상대적 차별이 부질없음을 알 것이라 했다. 시공간에 대한 인식의 확대로 인식전환이 한번 일어나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대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했다.

이것은 만물이 '존재의 가치'에서 모두 같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우주론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과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인생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운명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장자는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운명대로 따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성인은 일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두를 그대로 긍정하는 경지에 있다. 청춘도 좋고, 노년도 좋고, 태어남도 좋고, 죽음도 모두 그 나름대로 좋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장자의 운명주의 경향을 볼 수 있다. 즉 그는 삶과 죽음을 같이 보았다. 그러므로 누군가 장자사상을 '실존철학'이라 했다.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먼저 생각하고, 삶의 진지함을 추구하려 한 것이 실존철학이기 때문이다. 장자 역시 이러한 달관의 경지에 도달했는데, 이것은 그가 인생행로에서 실존적 한계 상황에 자주 부딪친 결과일 것이다.

어떤 학자는 장자의 사상을 '중국식 운명주의'라 일컬으며, 중국의 기후와 풍토의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고대의 메소포타미아'이집트'인도 문명은 태양과 물의 도움을 받는 지역에 있었지만, 중국의 황하 유역은 위도가 높아 겨울이 춥고 길며, 비가 적은 반건조 지역이라 농업에 악조건이었다. 이러한 풍토에서의 삶을 영위한 농민에게 자연을 따른다는 인고(忍苦)의 사상, 운명에의 순종을 기르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연에의 순응을 중요하게 생각한 유가의 사상에도 '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는 유사한 운명론이 있다. 다시 장자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말하기를 "삶이란 즐거운 미혹(迷惑)이 아님을 누가 단정하겠는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어려서 고향을 떠난 자가 고향에 돌아감을 잊고 있는 것과 같지 않다고 누가 단정하겠는가!"라고 했다.

이러한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사상은 장자의 다음 이야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는 아내가 죽어 처음에 슬피 울었다. 며칠 뒤 그의 친구가 문상하러 찾아왔다. 그때 그는 질장구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놀란 친구가 그 까닭을 물으니, 그는 말하기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원래부터 아내의 육체도 생명도 없었다. 이 우주의 기(氣)에서 생명이 생기는데, 우주 변화가 한번 바뀌어 아내가 이제 죽음으로 되돌아간 것뿐이다. 내가 곡을 하는 것은 오히려 천명을 모르는 짓이다. 그래서 곡을 그만두고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