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는 데 신경을 썼을 뿐입니다."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도 교사의 열정에 힘입어 우수한 기능을 뽐내고 있어 화제다.
지난달 조일로봇고 학생들은 대구시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웹디자인(3학년 이호영 군)과 그래픽디자인(3학년 손형민 군), 애니메이션(3학년 임규배 군), 제품디자인(3학년 김재훈 군)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
특히 웹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경우 20대 1이 넘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한 부문이어서 이번 성과는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부문에서 학생들이 금메달을 따낸 뒤에는 서성희(50) 교사의 공이 숨어 있었다.
서 교사가 무엇보다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일. 성적, 학교생활 등의 측면에서 중학교 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탓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애를 썼죠. 지식보다 먼저 인성과 성실한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고요. 각종 대회에 출전시켜 자신감을 키우고 봉사활동, 마라톤, 산행 등으로 인내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개 진행했다. 달성공원 무료 급식 봉사, 사과 따기 등 농촌 일손 돕기, 장애인기능대회 출전 선수 교육 등을 학생들과 함께했고 학부모, 졸업생까지 더해 주말이면 산행을 했다. 학교를 외면하던 학생은 물론 학교를 불신했던 학부모들도 서 교사의 노력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학생들도 서 교사의 진심을 믿고 따른다. 서 교사의 제자 이호영 군은 장래에 컴퓨터 공개 운영 체제인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처럼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 군이 그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도 서 교사를 만난 덕분이다.
"기능대회를 준비하느라 매일 12시간 이상 훈련을 하면서 힘겨워 할 때마다 선생님이 옆에서 응원해주셨어요.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밥을 먹고 운동을 함께하며 하나하나 챙겨주셨죠, 선생님은 제게 부모님과 같은 존재입니다."
손형민 군도 서 교사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중학교 시절 성적이 좋지 않아 이 학교에 왔지만, 기능을 갈고 닦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매 순간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기능경기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겠다는 서 교사의 열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다. 평소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 무렵이 돼서야 퇴근할 정도로 학교에 오래 머무는 데다 주말에도 그의 발길은 학교로 향한다. 자신이 주는 사랑만큼 학생들이 신뢰하고 따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호흡하려다 보니 주말까지 학교에 나오게 된 거죠. 처음엔 힘들어하던 아내도 이젠 제 천직이 교사인 모양이라며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학생들 가르치는 데만 매달려 챙겨주지 못한 제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어주진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가족이 더 고맙습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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