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년간 학폭예방 강의·편지…채근상 대구 효목2동 치안센터장

"사회문제인 학교폭력 예방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학업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대구 동부경찰서 효목2동 치안센터장 채근상(58) 경위. 그는 경찰관으로서 15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에 발 벗고 나서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 대구의 학교들은 '학교폭력 예방 경찰관'이라면 채 경위를 떠올리고 있을 정도다. 그의 학교폭력 예방 활동은 철저하게 현장 위주다. 대구 북부경찰서 근무 당시인 1998년부터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0년 동부경찰서 관내로 오면서 더욱 빛났다. 동부교육청 관내 50여 개 초'중'고교를 일일이 방문해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나섰다. 또 수성구교육청 관내 60여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폭력예방 강의를 위한 프리젠테이션도 직접 제작했다. 강의는 주로 근무가 없는 날에 학교 강당이나 방송실을 활용했다. 지금까지 대구 북부, 동부 관내의 웬만한 학교는 한 번쯤 강의를 했다.

"처음에 학교폭력 예방 강의에 나섰는 데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고 딴전을 피워 애를 먹었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는 학교폭력 강의에 나설 땐 자비로 각종 선물을 준비했다. 학생이 좋아하는 호루라기, 필기 수첩, 열쇠고리, 스마일 마크 등. 그는 학생들이 질문하거나 답변을 하면 선물을 하나씩 주었다. 학생들은 생각대로 관심이 높았다. 그의 강의 내용은 간단하다. 선생과 부모 말 잘 듣기, 피해자 및 가해자 법적 책임, 공범에 휘말리지 말기, 폭력현장 신고하기 등이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생들이 폭력을 당하면 즉시 선생이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번은 조야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폭력 예방 강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학교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편지 33통을 받기도 했어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는 강의에 나서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을 꼭 알려준다. 학교폭력을 당하면 즉각 연락을 받기 위해서다. 그가 학교폭력을 접수 받고 달려가 해결해준 것만도 헤아릴 수 없다. 지금도 종종 신고전화 때문에 빛바랜 2G 휴대전화기도 교체 못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교사, 학부모,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경찰직을 마치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도 꿈꾸고 있다.

"20년 전쯤 됐을까. 효목1동 파출소장 재직 당시 초교생이 강간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어요. 현장에 출동해보니 범인은 도망가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을 감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부친을 일찍 여의고 아픈 모친을 봉양하고 있는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남동생 2명을 공부시켜 효자패 수상도 했다.

1978년 순경으로 경찰에 몸담은 그는 주로 소년범죄, 강력범죄, 법 최면 수사 등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09년에 경찰청 학교폭력 지식전문가에 뽑혀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전해주고 있다. 그는 모범공무원 국무총리상, 학교폭력예방 유공 교육부장관상, 청렴 동아리 활동 경찰청장상 등을 받은 바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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