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헤르만 헤세 지음'박종대 옮김/사계절 펴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청춘의 바이블로 불리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이란 부제가 달린 자전적 소설이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데미안'을 손에 잡았을 것이다.
헤세는 화자인 '나'(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만남을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와 성숙한 존재로 성장해가는 어렵고 고독한 여정을 그렸다. 이 책은 1919년 출간 당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혼돈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으며, 세계 문학계에도 큰 파문을 던졌다. 출간 때 생긴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헤세가 익명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데미안'을 쓴 작가가 '에밀 싱클레어'라고 생각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 병사들의 배낭 속에 꼭 들어 있던 책 한 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고 할 정도다.
대한민국 역시 '데미안'에 푹 빠졌다. 대형 출판사들의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해 시중에 번역된 '데미안'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너무 많은 종류의 '데미안'이 출간되다 보니,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도 헛갈릴 정도.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박종대 번역가가 이 고전의 수준 높은 번역에 나섰고, 이번 책을 출간했다. '데미안' 본연의 감동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나(싱클레어)는 집이라는 안전하고 밝은 세계와 음산하고 폭력적인 외부 세계를 동시에 겪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혼란스러운 내 앞에 어느 날 신비한 소년 데미안이 나타난다. 데미안은 이미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나에게 성서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빗대 선과 악의 진실에 관해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량한 친구 크로머가 더 이상 나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아준다.
나는 사춘기를 맞으며 자연스럽게 이성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금지된 쾌락을 찾아다니다. '베아트리체'라는 이성을 만나 어두운 내면을 이겨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데미안을 다시 만나 내 안에 들끓는 금기와 그것에 대한 충동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나에게 데미안은 쪽지 하나를 건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새는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135p)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데 목적을 둔 18세기 독일 성장소설에 진보적인 인간상을 창조하려고 혜성처럼 나타난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을 다시 만나자. 264쪽, 9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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