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등 유해 화학물질의 상당수가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정화시설이나 배출구가 있는 '점오염원'만 점검하고 있어 굴뚝이 아닌 제품 생산 공정이나 밸브, 펌프 등 설비에서 나오는 '비산오염원' 형태의 유해 화학물질은 무방비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3천159개 화학물질 배출업체(종업원 30명 이상)에서 노후된 배관과 밸브, 노천 작업장, 창틈이나 환기구 등을 통해 새어나간 유해 화학물질(자일렌과 나프타, 벤젠, 톨루엔 등 242종)이 2011년 한 해 동안 3만3천183t에 달했다.
환경부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물질과 제품, 사용하는 원료와 첨가물 등을 대상으로 조사 대상 화학물질의 함유량을 확인한 뒤 실제 사용량을 토대로 배출량을 산정했다. 이렇게 산정된 총 배출량 가운데 굴뚝, 대기오염 방지시설 등 점오염원과 제조와 사용, 운반'보관 등 비산오염원 등의 양과 농도를 구분해 계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공기 중으로 확산된 유해 화학물질은 같은 해 사업장 내 정화시설을 거쳐 농도를 최소화한 뒤 굴뚝 등 정식 배출구를 통해 대기로 배출된 유해 화학물질(1만8천922t)보다 1.8배나 많은 양이다. 2011년 환경부가 집계한 전체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5만2천105t)의 63.7%가 오염 정화는 물론 당국의 점검을 받지 않고 공기로 날아간 것. 이 같은 비산오염원 배출량은 2007년 2만5천740t, 2008년 2만7천369t 등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2011년 화학물질 배출량은 5천171t(대구 1천893t'경북 3천278t)이다. 50~60%대인 비점오염원 비율에 미뤄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약 2천500~3천t 정도의 화학물질이 정화되지 않고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시 불산 사고 때 누출된 불산(8t)의 약 310~370배가 넘는 양으로, 해마다 유해 화학물질이 열처리 및 혼합 공정, 운반과 저장, 표백'화학반응'정제 공정과 폐수 및 폐기물 처리 공정 등에서 그대로 외부에 배출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점오염원이 아닌 비산오염원으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선 지도'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조선소의 경우 노천에서 도색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발암물질(에틸벤젠) 등 유해 화학물질이 대기로 그대로 노출되는 실정"이라며 "실효성 없는 굴뚝 위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비산오염원에 대한 배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한 엄격한 시설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키워드
▷점(點)오염원=오염 배출원의 위치가 고정돼 있거나 특정한 지점에 있어 배출되는 지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오염원을 말한다.
▷비산(飛散)오염원=굴뚝 등 배출구나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창틈이나 환기구 등을 통해 그대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말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