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자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 DGIST 찾은 로저 콘버그 美 스탠퍼드대 교수

과학부문 노벨상 "코리아" 조만간 울려퍼질 겁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로저 콘버그 교수와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최근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로저 콘버그 교수와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최근 '한국 과학의 길'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곧 이루어질 겁니다."

200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도 조만간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확신에 깃든 표현이었다. 그는 한국인들의 뛰어난 재능과 근면성을 믿고 있었다.

콘버그 교수는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전국 영재고 및 과학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주최한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DGIST를 찾았다.

강연에 앞서 콘버그 교수는 신성철 DGIST 총장을 만나 1시간 넘게 '한국의 과학'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신성철(이하 신):한국은 아직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로저 콘버그(이하 콘버그):한국 정부는 응용이나 실용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지 말고 지식 추구 그 자체를 위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노벨상은 발명이나 일생에 걸친 훌륭한 업적보다 예상치 못한 발견을 높이 사고 이에 대해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견'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추구하는 사람 가운데 운이 좋은 이에게 발견된다. 한국이 지금까지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은 달리 보면 한국의 과학 관련 학교나 기관, 기업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과학의 전통적인 특성상 발견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도 20세기 중반 이전까지는 노벨상을 많이 받지 못했다. 미국의 과학적 명성은 독일 나치 정권에서 활약하다 망명해온 다수의 유럽 과학자들에 의한 것이다. 그런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유럽에서 500~600년 전에 시작된 과학의 전통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신:노벨상 수상까지의 수준으로 오르려면 3세대는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콘버그: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은 곧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문제들은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면서 뜻밖에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어떠한 기술에 기반을 둔 발견이 필요할지 알 수 없고 해결책도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능있는 사람이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추구하고 운이 좋을 때 발견은 이루어진다.

다만 특정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시도하는 사람보다는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나 중요한 의문을 해결하면서 오는 즐거움을 이해하는 사람이 위대한 발견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국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콘버그:젊은이들이 학문적인 활동보다 영리 활동에 더 흥미를 갖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DGIST와 같은 연구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과학을 접하게 하고 과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무척 크다는 것과 과학과 다른 지적활동을 통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신:미국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오바마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콘버그:그렇다. 그러나 국가적인 노력보다는 연방정부라는 특성상 각 주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 개선은 연방정부보다는 각 주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어 미국이 시행한 개선책들을 좀 더 빨리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취업 문제와도 결부돼 있다. 미국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과학을 공부하고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다. 예전에는 학문적인 인생을 위해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가 상당히 적다. 경쟁도 심하고 연구를 위한 정부의 재원도 축소되는 추세다. 젊은이들이 과학을 하도록 장려할 방법 중 한 가지는 그들에게 과학을 공부하고 나서도 좋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한국은 응용과학에 비해 기초과학이 약하다. 기초과학 분야를 신장시키기 위한 조언은?

▷콘버그:미국의 IT와 BT에서 알 수 있듯이 기초과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엄청나다. 스탠퍼드대나 캘리포니아대에서 행해진 기초과학 연구는 실리콘밸리와 IT 업계, BT의 혁명을 이끌어냈다. 스탠퍼드대의 젊은이가 구글을 만들었고 하버드대의 젊은이가 페이스북을 만들어 실리콘밸리로 옮겨갔다. 기초과학 보상이 전세계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무엇보다 큰 보상은 발견을 한 사람과 발명을 성취한 사람에게 성과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이끌기 때문이다. 유력한 산업이 있는 곳에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다. 기초과학 지위를 높이기 위한 한국의 노력은 무척 바람직하다. 10~30년 이내에 그 성과는 몇 배로 돌아올 것이며 즉각적인 이윤을 얻기 위한 노력보다 훨씬 좋은 투자였음이 느낄 것이다.

-신:현대 과학에서 생명과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생명과학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콘버그: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 특히 휴먼 바이올로지(Human biology)의 시대다. 물리학은 이전 시대에서 행해진 결과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생명과학은 20세기에 막 시작했을 뿐이고 물리학보다 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물리학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그 혜택은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생물학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사실상 무한정이다. 나는 우리가 인체의 1%도 알지 못한다고 곧잘 이야기한다. 모든 현대의약, 모든 생물학은 그 1%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머지 99%를 탐구한다고 할 때 그 잠재력을 한 번 상상해보라.

-신:생명과학에 있어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복제와 결부돼 여전히 논란이 있다.

▷콘버그:줄기세포 연구는 손상되거나 병든 조직의 보전에 대한 잠재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그것이 과학의 역할이기도 하다. 윤리적인 문제는 이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며 앞으로 사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윤리적인 문제로 줄기세포 연구를 그만두게 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은 줄기세포 연구가 행해져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잘 응용될 수 있는지에 집중돼야 한다.

-신:아버지도 노벨상 수상자로 알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자가 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받았나?

▷콘버그:아버지는 내 스승 중 한 명이었고 첫 번째 과학 선생님이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과학 교육은 내가 아이였을 때 배운 것이 아니라 대학이나 박사후 연수연구원(postdoctoral fellow) 과정에서 배웠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을 키워준 점이다. 나 자신의 직감을 따르길 좋아했고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독립적인 과정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독립성은 궁극적인 발견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나에게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폴 버그(Paul Berg) 등 노벨 수상자 스승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비판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은 필수적이다.

-신:요즘 학문끼리의 '융합'이 떠오르고 있다. 융합연구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콘버그:융합연구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을 땐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등 학과목이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문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스탠퍼드대는 어떠한 학과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대 또한 더 이상 학과 구분이 없다.

-신:DGIST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발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콘버그:가장 필요한 것은 수월성(excellence)이다. 가장 재능있는 사람을 판별해 DGIST로 데리고 와서 일한다면 그것이 곧 DGIST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다. 한 명의 스타라도 DGIST에 있다면 모든 사람이 DGIST를 알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아버지가 1959년에 노벨상을 받기 직전 스탠퍼드대로 옮겨왔을 때였다. 아버지는 워싱턴대에서 동고동락했던 5명의 교수와 함께 옮겨왔다. 그들 중 2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그렇게 작은 그룹이 세계적으로 생명공학의 기반을 세운 연구를 했다. 그들의 존재만으로 스탠퍼드대는 세상에 알려졌다.

-신:박근혜 정부의 정책인 창조경제에 대해서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기초과학이 창조경제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콘버그:한국의 지도자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보상은 수백만 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치가들의 관점에서 기초과학은 성과를 얻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약점이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20년 후에야 결실을 낸다. 아마도 정치가들은 관심이 없겠지만,가끔 운 좋게 자기 자신의 미래보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가들도 있다. 그들이 그러한 투자를 할 것이다.

정리'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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