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캔버스 대신 철판…점 찍듯 못을 박아 그리는 풍경

'못 그림' 유봉상 개인전 6월 22일까지 갤러리 분도

'못으로 그린 그림'의 작가 유봉상의 전시가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캔버스에 무수한 점을 찍는 대신, 철판 위에 못을 박는다. 점을 찍듯 못을 촘촘하게 박고 나서, 유봉상의 작품은 시작된다. '못으로 그린 그림'의 작가 유봉상 개인전이 6월 22일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마치 픽셀아트와도 같고, 점묘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은은하다.

한 점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선 수만 개의 못을 박아야 한다. 못으로 풍경을 '그리기'위해서는 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풍경 사진을 찍은 뒤 현수막 천에 출력하고 이를 나무에 고정한다. 고정된 이미지를 따라 못을 박은 뒤 아크릴 물감을 분사하고 다시 못을 정교하게 갈아내는 복잡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그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처럼 정교하고도 우직한 작가의 노동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작품은 빛을 받아 반짝인다. 프랑스 한 평론가의 '못으로 빛을 걸어뒀다'는 표현이 와 닿는다.

오랫동안 캔버스와 종이에 그림을 그려오던 작가가 본격적으로 못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처음에는 그가 생활하던 프랑스의 전원 풍경이 그 출발이었다. 그는 못으로 프랑스 보스 지방의 한적하고도 아름다운 평원, 그 풍경을 재현했다. 차갑고 날카롭고 뾰족한 금속성의 못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바람결까지 표현하는 재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독특하다.

그의 작품은 빛의 정도 또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변화되는 다양한 이미지로 여러 가지 층위의 감성을 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시간과 노력, 노동이 그대로 반영된다.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그의 작품에 대해 "선과 색과 면의 구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좌표와 그 산포도를 통해서 대상을 재현하는 힘, 여러 가지 효과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힘, 그 비범한 점들의 이합집산을 의미 있는 그림으로 해석하는 힘, 이 힘들로 인해 작가와 관객의 시점이 정확히 일치해야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게 그의 작품"이라며 이런 힘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경탄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2007년에 이은 6년 만에 열리는 갤러리 분도 기획전에서 그는 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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