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자기 개성이 뚜렷한 시대에 누구나 다 하는 악기는 나만의 특기가 되지 못한다. 예전에는 클래식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대중음악엔 기타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우쿨렐레와 젬베, 사푼, 휘슬 등 이색 악기들이 대세다.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악기들이다. 특히 우쿨렐레와 젬베는 최근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센터나 학교, 실용음악학원 등에서는 강좌를 개설해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악기 판매점에서는 악기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행복한 소리 내는 우쿨렐레
이달 9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중앙대로 롯데시네마아카데미 옆 건물 3층 대구뮤직아카데미. 청춘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작은 가방을 하나씩 어깨에 둘러메고 온다. 가방에서 꺼낸 것은 장남감처럼 생긴 작은 기타. 너무 작아 만만해 보인다.
연주가 시작됐다. 가요며 영화음악, 세미클래식, 민요 등을 연주한다. 소리가 예쁘다. 들을수록 즐겁고 행복해진다.
하와이 민속악기인 우쿨렐레(ukulele). 가볍고 경쾌한 음색은 우쿨렐레의 매력이다.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소리기 때문이다. 우쿨렐레는 솔, 도, 미, 라 네 줄(기타는 여섯 줄)로 이뤄져 있고, 코드(화음)를 만들어 소리를 낸다. 마음먹고 배우면 3개월 정도면 제법 만족스러운 연주가 가능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배울 수 있기에 우쿨렐레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우쿨렐레 동호회 '쿨 타임'을 지도하고 있는 김민정(38) 강사는 "우쿨렐레는 선율이 평화롭고 자연 친화적이어서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는 악기이자 음악"이라고 정의한다. 김 강사는 우쿨렐레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기 쉬운 점이라고 했다. "코드 운지법이 어렵지 않아 조금만 익히면 누구나 웬만한 노래 한 곡은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쿨 타임 박태석(43'회사원) 회장은 작년 봄 딸과 함께 서울 홍대 근처에서 배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날씨가 좋은 요즘엔 산책 길에 우쿨렐레를 가지고 가 벤치에 앉아 즐기기도 한다"며 "가벼워 휴대하기 쉽고 코드도 익히기기 쉽다"고 했다.
쿨 타임은 여성 회원이 많다. 15명 가운데 11명이 여성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배우기 쉬워서라고 했다. 기타에 비해 칸이 작고 줄이 부드러워 손이 작아도 코드를 짚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 박 회장은 "악기가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귀엽다. 소리 역시 높고 맑아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장곡지(49'여'회사원) 씨는 우쿨렐레를 배운 뒤로 생활이 바뀌었다고 했다. 요즘엔 우쿨렐레에 푹 빠져 산다. 집에서도 사무실, 차 안에서도 시간만 나면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그의 손에 우쿨렐레가 들려 있다. 성격도 바뀌었다고 했다. "소심한 성격이다. 우쿨렐레를 하고부터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니까 나이도 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총무 김희정(31'여'약사) 씨는 우쿨렐레의 작고 앙증맞은 외양이 맘에 들었다고 했다. 연주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색깔을 자아내는 변화무쌍함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악기 자체가 가진 매력 때문인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할까요. 다른 악기가 주지 못하는 아기자기함과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김 강사는 "우쿨렐레는 기타처럼 꺼내서 연주할 때 다른 사람의 이목이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바이올린처럼 활이 필요하지도 않다. 소리가 작으니 카페에 앉아서 자그맣게 연주하면 남에게 방해도 되지 않고, 주목받지도 않는다. 여행을 갈 때도 훌쩍 어깨에 짊어지든, 가방에 쑤셔 넣든 편하게 가져갈 수 있다. 다른 악기가 갖지 못한 특징을 가진 '틈새 악기'이다"고 말했다. 문의 http://cafe.daum.net/daegu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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