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외로 쏠리고 있다. 특히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신흥국 국채가 투자 대안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 예금 금리 연 1% 시대가 코앞으로 닥치는 등 국내 투자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국채에 돈이 몰리는 이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신흥국 국채에 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권사를 통해 4조원어치의 해외 국채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신흥국 국채 비중이 95%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흥국 국채에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재미를 보기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선진국들을 강타하고 있는 재정 위기 여파에서 신흥국들이 한 발 비켜서 있는 점도 신흥국 국채에 주목하는 이유다. 또 선진국들이 양적 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신흥국 투자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계속된 양적 완화 정책이 신흥국 통화 강세로 이어져 신흥국 국채 투자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국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브릭스(BRICs) 국가 기준금리는 6~9% 수준이며 터키도 비교적 높은 금리(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해외 투자를 권하고 있다.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은 "국내에서는 투자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대 삼성증권 상무는 "중산층이 무너져 한국 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1년 전만 해도 잔고가 3조원 안팎이었지만 1년 동안 5조원 넘게 유입되면서 최근 잔고가 8조7천억원을 넘어섰다.
◆브라질 국채 단연 인기
신흥국 국채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브라질 국채다. 브라질 기준금리(4월 기준)는 연 7.5%로 브라질 국채 투자 시 한국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절세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맺고 있어 매매차익과 환차익,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장점 때문에 브라질 국채는 2011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4조원 넘게 팔렸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처음 투자할 때 6%의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물가연동국채도 상승 추세인 브라질 물가 덕에 주목받고 있다. 올 4월 초 발표된 브라질 12개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6.59%다. 물가연동국채의 표면금리는 일반 국채보다 낮지만 물가상승률만큼 원금이 불어나기 때문에 물가 상승기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터키, 인도 국채 등으로 투자 열기 확산
브라질 국채로 시작된 신흥국 국채 투자 열기는 터키, 인도 국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1월 국내 시장에 소개된 터키 국채는 브라질 국채와 달리 토빈세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없고 다른 신흥 국가에 비해 환율 변동성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또 터키의 신용등급과 금리가 높은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터키 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수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만기 10년물과 15개월물 터키 국채가 판매되고 있다. 만기 10년물의 표면금리는 연 8.5%로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된다. 15개월물은 할인채(이자가 붙지 않는 대신 이자 상당액을 미리 액면가격에서 차감해 발행하는 채권)로 만기에 원리금을 일시 지급한다.
인도 국채도 주목받는 신흥국 국채 중 하나다. 동양증권은 올 3월 국내시장에 인도 국채를 출시한 후 지금까지 9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특히 첫 판매일에는 하루 만에 470억원어치의 인도 국채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도 국채가 눈길을 끈 이유는 만기가 짧고 금리도 장기 채권만큼 높기 때문이다. 또 브라질 국채에 부과되는 토빈세도 없다. 인도 국채의 만기는 1년이다. 하지만 6개월마다 지급되는 표면금리(약 3.5%)에 자본차익, 환차익까지 더해 목표수익률(7%)에 도달하면 이보다 더 일찍 상환된다.
◆유의 사항
신흥국 국채는 차별화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신흥국들의 높은 환율 변동성은 가장 유의해야 하는 불안 요소다.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이 좋은 예다. 환율은 그 나라의 거시경제를 반영하기 때문에 해외 채권에 투자할 때는 경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만기가 긴 상품이 많아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가 잠복해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신흥국들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거나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각종 대내외 변수에 따라 금리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의 경우 국가별 특성이 매우 다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투자자의 위험 선호 수준, 포트폴리오 구성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국가의 국채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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