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신이 잘 할수 있는 분야, 단발성 봉사 아닌 끈기가 '미덕'

'참여자' 마음가짐 이렇게

(사)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은 2002년부터 매주 수요일 대구 수성구 수성동 지역 홀몸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반찬조리와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20여 명의 봉사단은 직접 마련한 재료로 반찬을 조리해 홀로 계신 할머니'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중'고등학생부터 40, 50대 전업주부까지 봉사단 구성은 다양하다.

1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한 봉사자도 있지만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도 많다. 중'고등학생들이 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한두 번 참여했다가 그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학생의 경우 취업을 하면 발길이 뜸해진다. 스쳐가는 봉사자로 인해 전체 봉사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봉사 대상자인 홀몸노인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유호 운영위원은 "반찬 배달과 말벗 봉사는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꾸준히 방문해야 어르신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며 "그렇지 못하고 방문자들이 자주 바뀌다 보면 전체 봉사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했다.

자원봉사 관계자들은 봉사자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흥미 있어 하는지, 또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자원봉사에 뛰어들지 말기를 권한다.

대구'경북 싱글을 위한 요리사랑 모임(싱요사)에는 봉사보다 이성교제에 관심이 많은 '문제 회원'들 때문에 4년 전 새로운 회칙이 생겼다. 가입 3개월 뒤부터 회원끼리 연락처와 이름을 공유할 수 있으며, 6개월 뒤 교제가 가능하다는 것.

'싱요사'는 한 달에 한두 차례 지역의 노인복지회관,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가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고 요리 방법을 알려주는 봉사단체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라 여성 회원들이 7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성교제를 목적으로 모임에 접근하는 남성들이 상당수다. 결국 회칙을 만들어 3차례 경고를 받으면 강제퇴출이라는 회칙을 만들어야 했다. 지난해 말 한 남성은 가입한 첫날부터 모임의 여성에게 고가의 선물을 건네며 여러 차례 만남을 요구해 강제 퇴출당했다. 회칙을 만든 후 현재 경고를 받은 사람은 3명, 강제 퇴출당한 사람은 4명에 달한다.

싱요사 정희준(28) 대표는 "봉사단체는 베풀고 나누는 마음이 우선인데 본질적인 목적보다는 처음부터 사심을 채우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친밀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욕구가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봉사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격이나 행동 등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이를 토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려낼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영역을 선택해 하지 않으면 쉽게 흥미를 잃게 되고 꾸준히 할 수 없게 된다.

또 멀리서 찾지 말고 사소한 일이지만 주위의 일부터 조금씩 지속적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자신의 생활 근거지 주변에 있는 활동거리를 선택하면 자원봉사 활동내용을 파악하기 쉽고 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가족이나 직장의 이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가족이나 직장에 소홀하기 쉽다. 그래서 자원봉사를 하기에 앞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협조를 얻어야 한다. 아니면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생겨 봉사의 의미가 퇴색된다.

정진석 대구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자원봉사의 생명은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봉사자는 미안한 마음에 다시 방문하기 껄끄러워지고, 봉사 대상자는 실망하고 불신을 갖게 돼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서광호'신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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