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1℃까지 치솟는 등 때 이른 무더위로 5월 하순부터 여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소방서마다 벌집 제거 신고 문의가 늘어나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더위에 손님이 줄어 울상인 반면 대형유통업체들은 여름 상품 판매가 늘어 환호하고 있다.
◆벌집 제거 신고 급증=이달 14일 오후 2시 15분쯤 대구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서대구초등학교에 축구공만 한 크기의 벌집이 있으니 떼어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10일 오후 3시 30분쯤 경북소방본부 119 상황실에는 "구미 금전동 어린이집 현관 입구에 큰 벌집이 있는데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본부는 즉시 119구조대를 보내 벌집을 뗐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119에 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 전화가 점점 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까지 집계된 벌집 제거 요청 신고 전화 건수는 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건에 비해 22.3%(22건) 늘어났다.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 같은 기간 대구소방본부에 접수된 벌집 제거 신고 건수는 88건이다. 이는 지난해 116건의 75.8% 수준이지만 아직 5월 하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늘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갑자기 벌집 제거 신고 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더워진 날씨로 꽃들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벌들의 활동도 왕성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벌집 제거 신고는 주로 무더운 여름인 7~9월에 집중되지만 무더운 날씨가 빨리 찾아올수록 신고건수가 늘어나고 그 시기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희비 엇갈려=대구시내 대형마트는 여름에 잘 팔리는 화장품인 선크림과 미스트를 할인판매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름에 잘 팔리는 맥주나 음료, 선크림 등이 날씨가 더워지면서 잘 나가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5월보다는 팔리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고객들의 방문 패턴이 약간 바뀌었다"며 "낮보다는 저녁 시간에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시내 백화점은 지난달 날씨가 추워 미리 준비해 둔 여름 신상품 판매가 부진했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황보성 홍보팀장은 "올해 4월 이상저온으로 인해 봄 세일기간에 잘 판매되던 여름 신상품의 판매가 부진했다"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신상품들이 팔리는 중이고, 이에 따른 여름 마케팅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통시장은 울상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데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오후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주변은 이 시간대에 사람들로 붐볐지만 물건을 싣고 내리는 차량만 지나다닐 뿐 시장 안에는 물건을 사는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시장에서 빈대떡을 부쳐 파는 김모(65'여) 씨는 "추울 때는 장사가 안돼 날이 풀리면 되려나 했더니 더워도 장사가 안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족발골목의 상인 이모(50) 씨는 "그나마 족발은 이런 더위에 쉽게 상하지 않지만 전이나 김밥을 파는 상인들은 아마 이번 더위에 음식이 상할까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