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서 '살인 진드기' 의심환자 숨져

국내에서 야생 진드기가 옮긴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한 두 번째 사례가 제주에서 확인된 데 이어 부산에서도 야생 진드기 의심환자로 추정되는 이모(69) 씨가 22일 치료 중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발열'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이달 16일 숨진 강모(73'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씨의 피에서 야생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과수원(밀감)을 경작하며 소를 기르던 강 씨는 이달 2일 처음 발열'오한'근육통을 호소했고, 6일 체온이 39℃까지 오르고 설사'구토 증세까지 겹쳐 입원한 뒤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패혈성 쇼크로 숨을 거뒀다.

강 씨는 평소 과수원과 농장에서 작업하던 중 진드기에 자주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이달 10일 강 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보건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고, 23일 분리된 바이러스를 SFTS 바이러스로 확진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SFTS 사망자로 확인된 사례는 지난해 8월 사망한 63세 강원도 여성에 이어 2명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부산시 보건당국은 야생 진드기 의심환자로 추정되는 이모(69'부산시 금정구) 씨가 22일 치료 중 숨져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는 11일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22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이 씨는 발열과 소화불량 등의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고, 10여 일 만에 혈소판감소증세를 보이며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질병관리본부는 시료를 채취해 SFTS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밝히기 위해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며, 사망한 이 씨는 고혈압, 협심증, 당뇨병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야생 진드기에 의한 사망인지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최종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최근 야생 진드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가정에서 진드기를 잡아 병원에 가져오는 환자들까지 생겼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SFTS 바이러스 매개체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노출됐는지, 얼마나 많이 물려야 감염되는지, 이들에게서 항체는 생겼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농촌에서 소를 키우며 사는 농부들은 위험한 진드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도시에 살면서 소와 접촉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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