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모펀드 IMM 입장은…"자본잠식 생각보다 심각, 재무 정상화 우선"

"옛 경영진 수억 임금·활동비 개선 의지 없어"

세계 3위 와이퍼 생산 업체인 캐프의 경영진이 모두 교체되면서 회사의 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진에 진입한 IMM 관계자는 모두 6명이다. 대표이사를 맡은 김영호 IMM 수석부사장을 포함한 임원 4명, 실무담당자 2명이다. 대표이사였던 고병헌 창업주는 현재 주주일 뿐 다른 직책은 없다.

IMM 측은 캐프의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IMM 손동한 전무는 "그동안 캐프의 자본 잠식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며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도 옛 경영진은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고 활동비를 쓰는 등 개선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손 전무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IMM 임원이 무급으로 상근 근무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IMM은 전 임원의 월급과 법인카드, 활동비 등을 없애기로 했다. 등기부등본 및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변경된 상태다. 이에 따라 모든 금융거래 및 계약 행위는 김 대표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IMM은 이를 통해 그동안 불필요하게 지출됐던 금액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이후 IMM은 전문 경영자를 캐프에 영입, 기업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손 전무는 "우리는 펀드회사이지 기업을 경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또 경영에 대한 전문가이지도 않다"며 "회사의 부실한 부분이 해결되면 당연히 전문 경영자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요 시 신주인수권부사채 3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 자본잠식 상태인 캐프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손 전무는 "금융권에서 전환을 문의해오고 있는 상황이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프 매각에 대해 IMM은 '지역 기업 우선'을 원칙으로 밝혔다. 손 전무는 "우리는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인 만큼 명분이 중요하다"며 "회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 업체, 고용승계 약속 등 지역과 직원을 위한 곳에 매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의 여론이다. 상주시민과 문경시민은 27일 1만1천여 명이 서명한 '사모펀드 IMM의 투자관리 부당 행위에 대한 탄원서'를 정부와 금융감독원, 대구지방법원 등에 제출하는 등 캐프의 옛 경영진 살리기에 나섰다.

IMM 측도 여론을 의식, 옛 경영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옛 경영진은 해외 투자자를 물색, IMM이 투자한 금액을 돌려줄 방안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IMM 측은 "주주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 괜찮은 투자자를 데리고 와 적절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한다면 고려는 해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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