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향토기업 ㈜캐프를 '서울 사모펀드회사인 IMM 측의 일방적인 경영권 탈취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여론이 각계에서 형성되고 있다.
캐프 주력공장이 있는 상주, 문경지역에서는 '캐프를 지키자'는 서명운동에 1만1천여 명이 동참한 것을 비롯해 경상북도, 한국노총 경북본부, 경북경영자총협회 등도 힘을 보태기로 하는 등 대구'경북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금까지 관망 자세를 견지하고 있던 캐프 노조원들은 고병헌 창업주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의하고 본격적인 '캐프 지키기'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상주'문경시 '캐프 지키자'
상주시는 최근 캐프 사태와 관련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구 경영진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캐프의 지역 기여도가 높았고, 최근 염산누출사고를 낸 웅진폴리실리콘 상주 공장이 가동 2년여 만에 폐업해 많은 지역민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캐프 상주 공장에는 350여 명의 상주시민이 고용돼 있고, 문경 공장에는 40여 명의 문경시민이 근무하고 있다.
상주시의 경우 월 16억원 정도가 직원 임금으로 지역에 풀리고 있는데다 상주가 고향인 고병헌 전 회장의 지역환원사업과 상무축구단 지원 등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캐프는 2011년 1억달러 수출탑 수상 저력을 보여준 대구경북의 자존심이자, 경북지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경영자총협회를 이끄는 회장 기업체다"며 "현재의 사태에 깊이 개입할 순 없지만 경영권 사수에 상주시민과 함께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어렵게 유치한 캐프 문경 공장이 가동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이 같은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고병헌 전 회장 측이 위기를 잘 극복해 정상체제를 갖추면 '문경시투자유치촉진조례'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캐프 직원들 불안감 확산, '창업주와 운명 함께하겠다'
이번 사태를 가장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400여 명에 달하는 캐프 직원들이다.
그동안 캐프는 노'사 갈등이 한 번도 드러난 일이 없을 만큼 임원과 직원들의 관계가 원만했다.
직원 김모(43'상주시) 씨는 "기업경영을 해보지 않은 펀드회사가 경영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찾아 처분하고 떠나 버리는 과정에서 직원 승계와 처우를 제대로 챙기겠느냐"고 말했다.
김대환 캐프 노조위원장은 "결국 신규투자와 이윤 창출이 안 되면 구조조정이 뻔하다는 인식을 노조원들이 하고 있다"며 "그런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창업주를 지키고 경영권을 사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사모펀드에 대응하고 올바른 향토기업을 지켜내자는 공감대가 확산돼 350여 명의 노조원들이 본격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캐프 반전 가능성은?
현재의 캐프 사태 해결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캐프 기존 경영진이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 결과, 새 경영진과 기존 경영진이 벌이고 있는 물밑 협상 결과다.
캐프 기존 경영진은 정관이 규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을 교체한 IMM을 상대로 주총 무효와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불법 주주총회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총 자체가 무효가 되고 등기부등본에 사라진 기존 경영진 모두가 새로 복원되는 등 경영권을 사수하게 된다.
두 번째는 지역민들과 캐프 직원들이 기존 경영진 쪽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IMM 측 새 경영진이 회사를 장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투자금 회수와 어느 정도의 이윤을 챙기고 손을 뗄 수도 있는 상황도 예상된다.
기존 경영진은 "사모펀드의 횡포가 심해지니까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등이 많은 제재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3년 전 우리가 투자 계약할 때는 제재가 없었다"며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IMM 측과 맺은 계약이 문제가 많다. 지금 같으면 그런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고병헌 창업주는 "금융자산이 산업을 먹으면 안 된다. 사모펀드는 남의 돈으로 산업을 먹는 것이 된다"며 "많은 지역민들의 성원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반드시 경영권을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상주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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