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술이 죄

술로 말미암은 사건이 많은 요즘이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술에 취한 상급 생도가 역시 술에 취한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박남수 육사 교장이 전역 의사를 밝혔다.

사소한 일도 화제가 되는 연예계에서도 술과 관련한 사건이 잇따랐다. 한 개그맨은 적발되지 않았는데도 음주 운전을 했다고 자수했고,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의 한 가수는 성추행 혐의를 받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가수는 2005년에도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27일 대전에서는 20대 여성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지만, 유족들은 직장 동료로부터 평소 상사의 술자리 강권에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으로 유명해 술 때문에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했다. 시간과 장소,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말술도 마다치 않아야 호방한 남자로 대접을 받는 때가 있었고, 이 좋지 않은 관습은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술을 핑계로 약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많자 아예 법까지 바꿨지만, 술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최근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내놓은 우리나라 15세 이상 성인의 알코올 1년 소비량이다. 2011년 기준 9.18ℓ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다. 폭음, 폭주에다 강권이 많은 술 문화여서 소비량이 많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수치 또한 2008년 이후 계속 주는 추세라고 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 술 소비량을 14.8ℓ로 발표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룩셈부르크(15.3ℓ)에 이어 세계 2위다. 협회는 WHO가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보고 미신고 주량까지 추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밖에서 마시는 형태여서 버리는 술이 많아 실 소비량은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OECD도 우리의 술 소비량을 9ℓ로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이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 편(李白一斗詩百篇)'"이라고 찬미했지만, 이백 같은 대시인이 될 작정이 아니라면 술은 좀 줄이는 것이 좋겠다. 뭐든지 적당해야 무리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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