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부유한 탤리스 가는 풍족하고 행복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로움은 둘째딸 브라이어니가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와 언니 세실리아가 분수대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엿본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한다. 브라이어니는 자신이 짝사랑했던 로비와 세실리아의 정사를 서재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 때마침 집에 와 있던 사촌 롤라가 누군가에게 겁탈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브라이어니는 범인을 로비라고 거짓 증언을 하면서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보냈던 편지를 부모님에게 보여준다. 경찰에 체포된 로비는 감옥과 자원입대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입대를 택하게 된다. 로비가 프랑스로 파병된 사이에 세실리아는 집에서 나와 로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브라이어니는 자신이 한 짓이 두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비로소 깨닫고 세실리아를 따라서 간호사가 된다. 그리고 틈틈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다. 하지만 브라이어니가 제대로 속죄를 할 겨를도 없이, 로비는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빨리 돌아가지 못하는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사망하고 만다. 그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세실리아 역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브라이어니는 진솔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때늦은 속죄를 한다.
이 영화는 어른들의 세계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던 한 어린 소녀의 오해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다. 시작은 질투와 배신감을 해소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나, 이 단 한 마디의 거짓말이 여러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브라이어니의 말처럼 '어리석고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착각했던' 한 소녀의 그릇된 심판이 일으킨 파장은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처참한 비극을 만들었다. 러닝타임 122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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